5. 시작되는 엄마의 불안, 시작도 안 한 아빠의 휴식

by 손일금

우리 집에는 출근하는 사람 한 명과 출퇴근을 도와주는 사람 두 명이 되었다.

나의 출근을 위해서만 두 분이 움직였다.

당장의 생활비를 위해 엄마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쉽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엄마야말로 진정한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그에 반면 퇴직 후 여기저기 들려오는 빚 독촉에 마음 편히 쉬지 못했던 아빠의 휴식이 진정 시작되었다.

아빠가 우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거 아니냐며 나를 달래던 엄마는 한숨만 늘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은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은근히 압박을 넣는 엄마와 그런 낌새를 모른 척 한채 하루 종일 아파트 산책만 하며 나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빠.


가운데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혀왔다.


은근슬쩍 아빠에게 하고 싶은 것이 없냐며 물어봐도 여전히 휴식 말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종종 주식이 하고 싶다 했다. 지금 우리 상황에 맞지 않다고 다그쳐도 이미 귀를 닫은 아빠였다.

나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아니 남들 월급만큼을 빚에 쏟아붓고 있었다.

아빠의 로망을 위해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상한선을 넘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아빠는 종종 나에게 산책을 나가자, 운동을 하러 나가자 등 단조로운 일상에 변주를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주말도 모르고 근무를 하던 아빠에게 이 하루가 얼마나 길지 짐작이 가지 않던 바는 아니니 따라나서다가도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 같은 아빠에게 버럭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럼 아빠는 내재되었던 자신의 죄책감이 더해져 오히려 더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엄마와 나는 의아하기만 했다.

아빠의 평안을 위해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서주었고 해결까지 해주었는데, 왜 아직 눈빛에 일렁이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날 선 날카로움이 사라지지 않은 걸까.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아니 어디까지 포용해주어야 하는 걸까.

딸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며 더욱 까마득해지는

밤들이 지속되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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