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화협정을 가정한 묵인

by 손일금

병원에서 항생제 연고를 처방받고 친구 약국에 들러 요리하다 다쳤다는 핑계로 재생 연고를 추천받아 왕창 구매했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허구한 날 그 연고를 발랐다.

회복속도는 신생아 급이었다.

새로 태어난 것과 같이 매우 깨끗해졌다.

물론 보지는 않았다. 아빠와 마주하는 순간은 밥 먹을 때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서둘러 대출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돈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다.

어리석은 생각이기도 했다. 그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제야 나는 진짜 현실을 마주했다.


오빠가 집에 왔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오빠는 말을 참 잘했다.

우리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오빠는 어려움 없이 풀어냈다.

아빠에게 다짐도 받아냈다.


그리고 아빠는 자기 전마다 내 방에 들어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아빠가 자기 자신을 담보로 우리에게 협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빠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주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기 인생을 놓을 만큼 작아지지 않게

우리 가족 모두가 노력했으며 그러한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지금 자신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해자인 상황을 피하고 다시 원래의 화목하고 다정한 가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얄팍한 수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표면적인 갈등을 모두 해결하고

평화를 위해 침묵했다.


그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