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 가게 오픈 날이었다. 오픈 한 시간 전에 출근한 나는 근로계약서를 먼저 작성했다. "시급은 주휴포함 12000원인 거 알지? 근데 첫 달은 수습기간이야. 수습기간 동안은 11500원으로 일단 진행할게. 혹시라도 빠르게 적응하면 한 달 다 안 채우더라도 바로 올려줄게." 나의 가치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시급 12000원, 아니 11500원 그게 나의 현 가치였다.
계약서를 쓴 후 바로 오픈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나는 똑같은 프랜차이즈 알바를 이전에 한 적이 있어서 일을 금방 금방 배웠다. 사장님께서도 "몸이 기억하네~"라고 은근히 칭찬을 건넸다. 그러다 보니 졸지에 다른 알바생들에게도 내가 일을 가르쳐주게 되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나는 일머리가 좋았다. 덕분에 일하는 내내 센스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같은 알바생에게는 든든하다는 말을 들었다. 센스의 비결은 하나였다. 나는 항상 상대방이 뭘 원할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미리 했다.
손님이 오기 시작했고, 바빠지면서 그런 내 행동들이 더 빛을 발했다. 말로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척척 하는 모습에 사장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하늘 씨는 그냥 수습기간 생략하고 바로 12000원으로 할게. 그리고 혹시 오늘 저녁타임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어?" 원래는 곧 퇴근시간이었지만 오픈 첫날이기도 하고, 나도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겠다고 했다. 내 가게라고 생각하고 일하자는 게 내 알바 마인드였다.
저녁타임이 되자, 손님도 알바도 더 많아졌다. 그러자 내 역할도 바뀌었다. 마치 매니저처럼 알바생들을 적재적소에 컨트롤하라고 하셨다. 어차피 나는 일은 다 할 줄 아니까, 직접 하지 말고 다른 알바생들이 연습할 겸 중앙에서 일이 꼬이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새 손님도 만석이 되었고, 웨이팅까지 하게 되었다. 덕분에 정신은 없었지만 내심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기뻤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다른 알바생들을 컨트롤하는데 익숙해졌다. 기존에 알바만 하던 단계에서 사람을 다루는 단계로 한 단계 또 올라간 느낌이었다.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알바생들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들도 손님만큼이나 가게에 중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또, 아무리 알바지만 한 팀으로서 결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들 때일수록 웃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종종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덕분에 그들도 바쁜 와중에도 웃어가며 일을 할 수 있었다.
내일이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