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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씨 Nov 15. 2023

이상한 알바생이 생각하는 법

나는 좀 특이한 알바생이다. 알바를 하는 동안 항상 품고 있는 생각이 있다. 내가 이 가게 사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오늘로 오픈 한 지 7일 차, 가게도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나도 적응을 마쳤다. 11시부터 4시까지 출근하는 나의 머릿속은 온통 낮타임 매출을 올릴 생각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손님 응대

다른 하나는 알바 응대


내가 일하고 있는 닭고기집 특성상 낮 타임은 저녁보다 여유가 있다. 나는 그 여유를 손님 응대에 투자했다. 식당 같은 경우는 결국, 근처에 사는 손님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특히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더더욱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손님을 계속 맞이하는 것보다도, 한 번 방문한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사소하지만 손님이 반찬을 떠달라 하시면 "뒤 쪽에 셀프코너 이용하시면 돼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직접 떠다 준 후, 혹시 부족한 경우 셀프코너에서 자유롭게 뜰 수 있다고 알려드렸다. 그냥 무작정 셀프코너 이용하라고 하면 민망하시거나,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천천히 설명하거나 내가 직접 찍어드리기도 했다. 어르신들께서 하시는 이야기도 귀담아듣고, 대답하다 보니 손자 같다며 좋아해 주시기도 했다.


또 고기를 구워드리는 동안 최대한 말도 붙여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붙임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 아직은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사근사근 웃으며 손님들과 친해지는 중이다. 물론 대화를 굳이 원치 않아 보이는 손님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손님들을 기억하려고 했다. 결국 특별대우는 기억함으로써 완성된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기쁨인데, 맞춤서비스까지 제공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기쁨을 제공하기 위해서 손님과, 가능하다면 그 손님의 특징까지 기억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손님 응대에 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알바 응대다. 나는 알바생 역시 손님만큼이나, 어쩌면 손님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주변 사람부터 행복하게 만들자는 게 원칙이다. 우리는 때로 가까운 사람을 더 소홀히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알바생은 가게를 나서는 순간 손님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내 알바 메이트는 보라 씨였다. 힘든 일도 씩씩하게 잘 해내고, 차분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나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네...'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오래 볼 사이고, 사람도 좋아 보여서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았다. 보라 씨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묵묵한 사람에게는 나 역시 내 할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게 공략 방법이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니, 가벼운 농담과 함께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보라 씨는 낯을 가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게 줄곧 말을 걸었고, 우린 어느새 만담 듀오가 되어있었다. 처음엔 표정이 굳어있던 보라 씨도 이젠 항상 미소를 머금으며 일을 했고,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나 역시 이렇게 화목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단순히 알바라고 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일하기보다는, 이 시간마저도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랐다. 이 시간은 그저 노동이 아닌, 자기 계발 시간인 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생각할 것이다. "내가 이 가게 사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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