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마흔이 되면 인생이 좀 더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내게 찾아온 건, '사십춘기'였다.
내 나이 마흔셋,
바뀐 만 나이로 해도 40대.
이제는 빼박, 중년의 아줌마가 아닐 수 없다.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그것 말고는 별다른 타이틀이 없는 내 모습에
요즘 나는 자주 무너진다.
아이들이 다 커서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아직은 9살, 5살, 3살.
나의 아이들은 여전히 어리다.
서른 살이 되자마자 결혼했지만, 4번의 유산을 겪고 나서야 첫 아이를 품을 수 있었다.
둘째는 쉽다고들 했는데, 둘째마저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내게도, 주변에도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예전 나를 알던 사람들은 "네가 아이가 셋이나 있어?"라며 놀라워하고,
최근에 만난 사람들은 "임신이 잘되는 체질인가 보다" 라며 웃는다.
그 속사정이야 당사자인 나 말고 누가 알겠는가.
다둥이 엄마의 하루 일상은 늘 전쟁이다.
초등학교 2학년 첫째가 제일 먼저 집에 오고, 곧이어 둘째, 셋째가 하원한다.
놀이터 투어에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다 보면 잠들기 전까지 상상 이상의 난장판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전쟁은 내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빨리 끝나는 초등 저학년.
아이가 안쓰러워 돌봄을 보내지 않으면서 , 결국 내가 안쓰러워졌다.
세 아이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고, 13개월까지 완모 하며 곁에 끼고 미련하게 아이를 키웠다.
친정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시댁은 멀어 도움받을 곳도 없었다.
인내심이 많고 배려심이 많은 나는,
나를 너무 인내시켰고, 나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
막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이 눈곱만큼 생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라맛 같은 사십춘기가 찾아왔다.
나는 십 대 시절,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엄마를 백혈병으로 잃었고, 아홉 살에 새엄마가 들어왔다.
그때부터가 악몽이었다.
새엄마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조용조용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도 새엄마에게 늘 먼지 나게 맞고, 가시 돋친 말에 상처받았다.
사춘기는 내게 사치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괴로웠던 새엄마와의 관계는 끝났고, 내 곁엔 든든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사십춘기에 발동을 걸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오히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나를 살피게 된다.
괴롭지만, 이 시간은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갱년기는 좀 억울하지만,
사십춘기는 뭐.. 좀 앓아보고 지나가고 싶다.
그래야 오십에는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말을 걸어본다.
속 시원하게 내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어서다.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고,
나의 어린 시절을 풀어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 이곳에,
나의 사십춘기를 속 시원하게 담아보려 한다.
혹시 같은 시간을 건너는 사십춘기 친구들이 있다면,
나의 글이 작은 위안이나 동행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