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절대 못하는 레시피

딸바보 아빠의 <돼지갈비찜 레시피>

by 카인드마마

나에게 갈비찜은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요리다.

시작 전부터 유난히 정성을 들이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집 삼 남매 고기 먹이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메뉴가 어디 있으랴.


돼지갈비찜은 등갈비로 해야 맛이 좋다.

삼 남매 다섯 식구가 넉넉히 먹으려면 갈비 1kg은 한참이 아쉬운 양이다.

못해도 세팩정도는 담아야, 애써 한 요리로 두 끼는 먹는다.

돼지고기 가성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된 요즘 물가.

소갈비도 아닌 돼지갈비에 통장이 텅장이 되는 기분이란.


퇴근한 남편이 예고도 없이 장을 봐 왔다.

오늘의 요리사는 딸바보 아빠 되시겠다.


남편의 장바구니에는 등갈비 3팩과 배 그리고 시판용 돼지갈비찜소스가 한병 들어있다.

재료가 생각보다 단출하다.

이 남자 무슨 생각일까.


"아이들 이미 저녁 먹었어요. 갈비찜은 주말에 하면 되겠네."

내 말에 남편이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내가 애들 자면 해 둘게. 내일 아침에 데워서 줘."


아이들 잠들면 9시가 넘는데 그 시간에 갈비찜을 한다니.

이 지독한 딸바보 아빠 같으니라고.


사실 이번 명절 때 남편이 갈비찜을 했다.

딸이 그 갈비찜으로 세끼를 내리 먹고는 집에 와서도 갈비찜이 또 먹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우리 남편이 아니지.

우리 딸은 정말 좋겠네.

우리 아빤 라면 한 그릇 끓여준 적 이 없었는데!


남편이 주방에 서면 나는 보조가 되어야 한다.

냄비 준비부터 재료 손질까지 보조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다 하겠다고 했다.

손 많이 가는 갈비찜을 혼자서?


일단 핏물을 빼기 위해 갈비를 물에 담가 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드디어 육퇴.


미심쩍었지만,

나는 관찰자모드로 정말 '관람'을 하기로 했다.


핏물을 뺀 고기를 냄비에 담고 물을 넣어 끓인다.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볼에 고기를 와르르 쏟아내고,

찬물에 설렁설렁 씻는다.


"아... 저기요?

뼈사이로 빨간 피 색깔이 진해질 때까지 끓여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야 돼지 잡내가 안나거든.

씻을 때도 그렇게 대충 씻으면.. 하하하..."


"응, 괜찮아."


무심하게 나의 조언 혹은 잔소리를 패스하고 배를 썬다.

가로로 썰다니 신박하다. 파인애플인가.

그렇게 배 두 개를 썰어 바닥에 깔아준다.

그 위에 고기를 올려주고, 통마늘 몇 알과 대파 한 줄을 가위로 툭툭.

그리고 갈비찜 소스를 한병 다 부어주고 물을 조금 추가한다.

냄비를 불에 올리면,

세상에나.

요리가 끝났단다.


믿을 수가 없네.


삶아낸 고기의 뼈 사이사이를 깨끗이 씻어내고,

근막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감자와 당근은 하나하나 돌려 깎고,

표고버섯에 예쁜 꽃무늬를 넣을 뿐만 아니라,

양파와 사과를 갈아내 면포에 짜고,

양념이 짤까 싱거울까 노심초사하던 나에게 물었다.


너 그동안 뭘 한 거야?


40분 후.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한 입만 타임.

동공지진이다.


남편의 갈비찜은

질기지도, 잡내가 나지도 않았다.

짜지도 않았고, 배를 두 개나 넣은 덕인지 자연스러운 달콤함이 고기에 쏙 배어있다.

물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데, 배에서 물이 나와 딱 맞춤한 물양이 되었다.


푹 고아진 배는 막내가 그렇게 좋아했다.

첫째 아이는 아침부터 갈비를 몇 개나 뜯었고,

아침밥 잘 안 먹기로 소문난 둘째 아이도 고기에 밥을 잘도 먹는다.

끝이 아니었다.

남은 갈비찜 소스에 파스타면을 넣어 갈비파스타를 해줬더니 아이들 난리가 났다.


“엄마, 혀가 너무 아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내 혀를 막 때리는 것 같아. 이거 또 해줘!”


첫째 아이의 능청스러운 맛표현에 아빠가 흐뭇한 미소로 대답을 가로챈다.


“내일 또 고기 사러 가자!”


초간단 돼지갈비찜.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거창하다고, 특별히 정성을 다 한다고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갈비찜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갔지만, 정작 아이들은 버섯도, 당근도 먹지 않는다.

허례허식이고 구색 맞추기였다.


남편의 갈비찜에는 오로지 고기와 배만 있었지만,

아이들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올려댄다.


나처럼 갈비찜을 하면 '일'이 되지만,

남편처럼 갈비찜을 하면 간편한 '집밥'이 되었다.


시판 갈비찜 소스 괜찮네.

내 소스보다 백배는 맛있다.


이제 갈비찜은

딸바보 아빠의 시그니처 메뉴로 정해졌다.


나는 절대 못한다.

갈비찜 앞에서 나는 또

근막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감자와 당근을 돌려 깎고, 표고버섯에 예쁜 꽃무늬를 넣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