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심을 다해야 후회도 없음을

영화 <여름날 우리> 후기

by 강그린


리메이크 영화의 좋은 본보기


9 / 10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가 말을 많이 해주면 관객들이 좋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생각을 가끔 대사가 아니라, 행동으로만 어렴풋이 보여줘서 감정을 우리가 유추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달라진다.
근데 이 영화는 원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인 인물들의 깊은 감정을 대사로 모두 풀어서 우리한테 말해준다고 느껴지니까 그 감정과 상황이 더더 잘 느껴져서 몰입할 수 있었다.







19살에 만나고, '용츠 (여자주인공)'의 전학으로 인해 헤어졌다가 '샤오치 (남자주인공)'는 용츠가 다니는 대학을 알아내서 재수까지 해서 그 대학에 들어갔다.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용츠에겐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남자친구로 인해 다투게 되면서 연락이 끊긴다. 그러다 7년 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하지만 계속 어긋나는 타이밍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짐작해도 이어지지 못했지만, 수영선수인 샤오치가 몸을 던져 용츠를 구해준 이후로 마음을 확인해 드디어! 연인이 된다. 장장 10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둘은 아낌없이 서로를 사랑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접어뒀던 디자이너의 꿈을 다시 이룬 용츠와 달리 샤오치는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조차 힘들었다. 이로 인해 용츠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던 샤오치의 입에선 그때 용츠를 구한 것을, 애초에 용츠를 만난 것을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용츠가 듣게 되고, 무엇보다도 내 편이라 여겼던 샤오치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별을 고한다.



이후 몇 년이 지나고 용츠의 결혼식 청첩장이 샤오치에게 전해진다. 절대 가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15년을 온 마음 바쳐 사랑했던 용츠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친구들과 신부 대기실에서 용츠를 빼내오기로 작당모의했지만 역시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 대화로 긴 시간 동안 그들이 나눴던 추억을 뒤로하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준다.






한국판은 분위기가 담백하다면, <여름날 우리>는 더 활발하고 감정이 풍부해졌다. 여자주인공 용츠도 더 당차고 밝게 웃는 캐릭터였다. 웃는 모습이 정말 맑고 티 없이 예뻐서 첫사랑으로 여겨질 만한 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연기도 정말 좋았다. 학생 때는 순수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성인이 될수록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연인의 연기를 보여줬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더욱 좋았다고 생각한 장면은 용츠의 아버지 장례식 장면과 결혼식장 장면이었다. 원작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이 잘 전해졌지만, 이 영화에선 그냥 감정을 이해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몰입이 되었다. 주인공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곧이곧대로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던 장면들에 대해 몇 가지 말해보겠다.




# 1 용츠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용츠는 아버지로 인해 평생을 불안에 떨며 살았다. 인생에서 짐처럼 여겼던 아버지였지만 역시 아버지였기 때문에 쓰러졌을 땐 유학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샤오치가 그녀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불안했던 마음을 열었다. 그러나 용츠를 만나고, 용츠를 구한 것을 후회한다는 샤오치의 말을 들은 이상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샤오치가 후회한다는 말이 아니라, 훗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용츠가 샤오치와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고 결혼을 한다고 할지라도, 언젠가 나를 만난 것을 후회하진 않을까 항상 불안해하며 살아갈 수도 있단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용츠의 말을 관객인 내가 들으니까 너무 공감이 됐다. 용츠가 샤오치와의 이별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 2 용츠의 결혼식장에서 마지막 대화


유튜브 댓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

" 원작에서의 우연이는 이제 승희와의 모든 시간을 정리하고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지만,

샤오치는 아직 용츠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의 결혼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마치는 것 같다. "​


원작에서는 이 장면에서 인물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용츠와 샤오치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의 회포를 풀 듯이 아낌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샤오치는 그때 후회했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의 청춘이, 그때 느꼈던 행복에 전부 용츠가 있는데 어떻게 그녀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엔 타이밍이 맞지 않아 헤어졌고, 용츠가 결혼하면서 그동안의 긴 시간들을 전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두 사람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샤오치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입장에 서 있다. 그는 15년 동안 용츠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를 떠나보내기 너무 힘들었다. 샤오치의 청춘은 곧 용츠였으니까. 하지만 용츠의 선택은 그녀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것임에 행복을 빌어주고 응원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 장면이 너무 먹먹하기도 했다.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서로를 온 맘 다해 사랑했기 때문에 이제는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연애할 때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 샤오치의 마음은 15년 동안 항상 한쪽만을 향했지만, 수많은 변수로 인해 결국은 엇갈렸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 역시 사랑이었고, 최선을 다했기에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이 노래 덕분에 영화 전체의 분위기나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더욱 선명해진 듯하다. 오랜만에 너무 좋은 로맨스 영화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