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해하려는 기록 2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주들의 타격을 예상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달러는 기축 통화이기에 하락하면 원화 외에도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도 전반적으로 강해집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수출 경쟁하는 품목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특별히 강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쟁에서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원화 가치 대비 달러가 약해지는 국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유달리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엔화는 분명히 다릅니다. 기축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긴 하지만 달러에 비해 대표성이 작아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모든 나라 통화 가치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는 엔화가 약해지면 달러와 달리, 일본 수출품만 상대적으로 싸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약 70%는 일본과 직간접적인 경쟁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엔화가 약해진다는 것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수출주들의 가장 큰 악재는 단연 엔화 약세였습니다. ‘아베노믹스’는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12년부터 시행한, 고의로 엔화의 약세를 유도한 정책이었죠. 12년 10월 이후 전 세계 대부분 증시가 상승했음에도 우리나라 증시만 소외됐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베노믹스로 유도된 엔화 약세였습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 주도형이고, 수출주들은 대부분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환율에 따른 주가 지수 흐름을 분석해 봐도 원달러보다 원 엔 환율이 하락하면, 즉 원화가 엔화보다 강세를 보이면 우리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약세를 보이곤 했습니다.
정리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강해지는 것은 호재!
엔화 대비 강해지는 것은 악재!
그리고 현재 새로 선출된 일본 총리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를 더욱 계승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를 더욱 유도하겠다는 것이죠. 엔화 약세가 더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수출에 큰 악재가 될 것입니다.
25년 11월까지 우리나라는 이미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으며, 25년 전체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문제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3.6%로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24년 20.8%)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8.6% 증가했고, 자동차 수출 역시 연간 최대치를 경신하며 48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한국의 총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수출은 24년 4,978억 달러에서 25년 4,876억 달러로 오히려 1.5% 감소했습니다. 특히 원화가 달러 대비 크게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까지 겹쳐 일부 산업에서 경쟁력을 추가로 잃게 된다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26년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와 엔저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가 맞물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방향성을 보이며 전환점을 맞이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