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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Jan 29. 2023

마음 정원사 1화

Ep 01. 나는 마음 정원사 입니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호르몬의 동물입니다. 먹고, 보고, 듣고, 말하고, 걷고, 뛰고, 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 들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그 날의 기분을 결정하고, 그 날의 행동들을 밝게, 또는 슬프게, 또는 아무 생각없게 그 날의 기분을 정합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고, 무언가 힘 쏟은 일의 결과가 잘 나왔을 때엔 희열을 느낍니다. 반대로, 시험에 낙방했을 때는 우울 해지고, 몸이 아플 때는 한 없이 고통스럽습니다. 이런 우리 인간의 모습을 현대 의학적으론 '호르몬의 노예'라고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럴 때도 있지 않았나요? 운동을 하고 나서 개운하기 보단 우울감이 찾아오고, 일의 결과가 잘 끝났을 때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반대로, 시험에 낙방했을 때 시험 공부를 포기하면서 홀가분 해지고, 몸이 아플 때 '이럴 때 좀 누워서 쉬자.'는 자포자기식 안도감이 드는 경험... 어느 하나 정도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인과 관계로 볼 땐, 당연히 기쁘고, 당연히 슬퍼야 할 일들이, 상황과 시기, 그리고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슬플 수 도, 기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아가 사람이 '호르몬의 노예'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약하게 합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좋은 예가 있지요. 컵에 물이 반이 차 있을 때, 어느 누구는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라며 슬퍼하고, 누구는 '물이 아직 반이나 있네.'라며 기뻐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이분법적으로 단순히, 하나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주제를 바꿔서,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중 어느 누가 더 좋은 사람일까요? 긍정은 밝고, 부정은 어둡다고 생각이 되실 수 있겠습니다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긍정적인 사람이 친구로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순 있지만,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 마냥 긍정적이면서 일은 대충 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믿고 함께 일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긍정을 넘어 낙천적이라면 상황은 더 안 좋겠죠. 부정적인 사람도 친구로 대화를 할 때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 부정적이면서 일은 철두철미 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사업을 하더라도 '성장은 못 해도, 망하진 않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지 않을까요?


앞에 설명이 길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앞에 설명을 길게 한 요점은...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자신의 감정, 타인에 대한 평가는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는 왜 그럴까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정식으로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상황에 각양각색으로 반응하는 인간들을 연구하고, 그 인간들의 마음을 개별적으로 치유하는 고객 맞춤 서비스를 하는 저의 직업은 바로!


'마음 정원사' 입니다.


저의 직업이 생소하실겁니다. 이제 제 직업에 대해 설명을 해드릴게요.


예를 들어 볼까요?


정말 싫어하는 직장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고통 받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분의 마음 정원을 들어가보면, 마음 정원에 시커먼 '직장 상사'라는 검은 나무가 자라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근무 중, 퇴근 후, 심지어 주말에도 직장 상사가 생각나고, 직장 상사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더욱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직장 상사를 생각하면서 느끼는 증오와 미움, 공포라는 녀석들은 이 '검은 나무'를 하루 하루마다 쑥쑥 키웁니다. 검은나무가 커질수록, 마음 정원에 이쁘게 피고 자란 꽃과 나무들은 영양분을 뺏겨 죽게 되고, 촉촉했던 땅은 메말라 정원이 황폐화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황폐화 된 마음 정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정원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검은 나무가 영향을 끼쳐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는 등의 감정 밖에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아까 말한, 누가 봐도 즐거운 일이 생기더라도, 이 사람은 안 좋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마음 정원' 때문입니다.


저의 역할은,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마음 정원의 검은 나무들을 잘라내고 투명 나무를 심는 일입니다.

'투명 나무'는 검은 나무와 다르게, 마음 정원에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컬러풀한 꽃과 주변의 밝은 나무들을 함께 성장 시킵니다. 그리고, 투명 나무가 잘 자라 마음 정원이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되면, 투명 나무 '금빛 나무'로 바뀝니다. '금빛 나무'는 그 어떤 어두운 생물도 자랄 수 없는 비옥하고 건강한 정원에서만 자랍니다. 금빛으로 가득찬 마음 정원을 만들게 된다면 제 업무는 성공입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찾아가 손질을 했던 마음 정원들을 소개드리면서 차차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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