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정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잔잔한 마음에 예전 트라우마로 인한 파동이 일어, 책상에 있던 수첩에 한줄 한줄 쓰다보니 한 달치 분량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보다보면 가끔 유명인사들이 멘탈관리를 위해 명상이나 일기를 쓰라고 합니다. 이미 내 머릿 속으로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어, 비슷한 류의 영상이 나오더라도 실천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잠들지 못하던 새벽에 문득, 한 두줄만 써볼까 싶어 수첩을 꺼냈습니다. 2024년 다이어리, 올해를 시작하며 실수로 2권을 주문해, 쓰임 없이 남아있던 다이어리를 펼쳤습니다. 뭘 써야하나 싶다가,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숙제도 아닌데 왜 이 다이어리에 쓰일 내용을 걱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어, 현 감정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나는 잠이 안 온다. 쓸데없이 불안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 일기는, 쓰다보니 내 감정에 점점 솔직해져갔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달리 현재 내 상황은 위험한 요소가 있진 않다."는 현재 제가 놓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됐고, "2년전, 부당해고를 당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어떤가? 매우 행복하다." "행복은 무엇인가? 지금이다." "행복은 무탈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일상에 감사하자.'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하기에 머리로 알고는 있었으나, 제 스스로가 가슴으로 느끼고 실제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지금 이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는 이 행위도, 제가 아프지 않고, 조용히 동이 튼 새벽을 홀로 오롯이 느끼고,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감사하게" 주어진 것이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나와 가족이 건강하고, 현재 하는 일에 큰 문제가 없고, 오늘 하루 3끼를 먹을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라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을 위해 노력은 하되, "마음을 쓰진 않으려 합니다." 일상에선 예상치 못하는 문제들이 사방에서 터지는게 당연한 것이고, 그 문제들이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더라도, 제 마음까진 다치지 않도록 하려 합니다.
이 짤막한 글을 씀으로써도, 잠 설친 새벽에 오늘 하루를 망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사라지네요. 단지 오늘 평소보다 매우 일찍 일어난 것일 뿐, 변하는건 없습니다. 마음을 다치지 않게, 저 자신을 더 돌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