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금 늦었어, 넌 언제 와?”

- 시작합니다. 어쩌다 특수학교 -

by 스페셜K

시각은 오후 2시 장소는 2-2반 교실 앞 ‘내가 좋아하는 숫자 2가 세 개라니 요즘 유행하는 럭키 비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생각하며 문을 밀어 본다.


아침부터 온풍기를 켜두었던 것일까? 얼굴로 향하는 은은한 온기를 만끽하며 한 걸음 내디딘다. 야트막한 책상 4개 그리고 비교적 높은 책걸상 하나 그건 아마도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지원 인력 선생님 것이리라. 아이들 책상 위에 손을 얹고 슬쩍 쓸어본다. 그 책상을 사용하던 친구의 표정과 손짓을 상상하려던 순간 등 뒤에서 상념을 깨는 문소리와 함께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아! 새로 오신 선생님이시죠?”

“네, 교장, 교감 선생님께 인사 마치고 교실 둘러볼 겸 와봤어요.”

“죄송해서 어쩌죠, 교실 정리가 좀 늦었네요. 빨리 짐 빼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웃으며 대답한다. 그리고 나 혼자만 듣게 작게 속삭이는 말

“저는 더 늦었는걸요.”


장애 학생들만 다니고 있는 특수학교, 그곳에는 특수교육 전문가인 특수교사들이 있다. 주로 중증 장애 학생들의 기본생활습관과 기초학습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식사와 배변 연습 같은 신변자립 훈련까지, 쉽지 않은 곳이기에 기피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인 특수학교에 나는 교직 생활 17년 만에 근무하게 되었다.


물론 앞에서 말한 이유로 특수학교 근무를 미뤘던 것은 아니다. 첫 발령지였던 B시는 사립 특수학교만 설립되어 있었고 공립 교사인 나는 사립학교에 지원할 수 없었다. 또한 B시에서 만난 내 아내는 남자 보는 눈도 B급이었는지 잘 나가는 의사 대신 나를 택해 주었고 그곳에서 귀한 두 아이를 처가의 도움을 받아 키우다 보니 ‘언젠가는 가겠지’ 하던 특수학교 근무가 이리도 늦어졌다. 불현듯 B시 에서의 추억에 잠길 때쯤, 마치 상념을 깨는 소리로 정해지기라도 한 듯 등 뒤에서 또 문소리가 들려온다.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기 위해 선생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선생님은 몇 가지 서류와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의 프로필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이나 들려주시지만 늘 그렇듯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어차피 내가 부딪쳐야만 알게 되고 그때야 내 일, 내 것이 된다는 것은 17년간의 교직 인생 나에게 알려준 몇 개 안 되는 가르침 중 하나이다.


긴 이야기가 마치고 드디어 혼자 남게 되었다. 여러 가지 자료와 이야기들이 통장의 월급처럼 들어왔다 금방 사라지고 통장 잔액과 같은 고요함만 감돈다.

‘남는 것도 없는데 애썼다. 내 눈과 귀야! 잠시 눈과 귀를 닫아 줄 테니 이젠 너네들도 좀 쉬렴….’


“야!”


닫아주려던 귀 사이로 희미하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사라진다. 아이들의 술래잡기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다.


“누가 있나?”


창밖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저 어느 아파트 놀이터에서나 볼 수 있는 미끄럼틀이 달린 놀이기구와 시소 몇 개뿐이다.


“바람 소리인가?”


종일 정신이 없다 보니 환청도 들리나 보다. 그런데 왠지 모를 미소가 번진다. 환청도 들리고 헛웃음도 짓고 남들이 보면 미친 건가, 싶겠지만 그 웃음을 닮은 바람 소리가 올해, 이 교실을 가득 메우는 상상을 해보니 입꼬리가 간질간질했나 보다. 다시 눈을 감고 곧 만나게 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을 건넨다.


“난 조금 늦었어…. 넌 언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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