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 함께했던 특별한 이벤트 Ⅱ
점심시간, 2학년 2반 교실
[내가 치킨 먹여줄게!]
머리띠에 새겨진 문구에서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같은 반 친구들이 응원 피켓까지 들고 와 이름을 연호하자 과장되게 어깨를 풀며 그 순간을 만끽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준비됐으면 손들고 도전! 이라고 외치세요.”
심판으로 나선 학생회 임원이 친절하게 안내하자 큰 숨을 내쉰 친구가 주먹을 꽉 쥐고 교실이 떠나갈 듯 외친다.
“도전!”
드디어 학생회와 함께하는 게임대회 날이다. 대회장으로 사용하는 우리 반 교실에는 태블릿 5대가 세워졌고 일찍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회 임원들은 태블릿 PC 뒤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는 크게 초등부 경기와 중, 고 전공과부 통합 경기로 나누어 선수를 모집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3명, 중·고·전공과에서는 1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초등 참가자 수가 아쉬웠지만 주의집중과 지시 따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초등학생들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초등 3명의 참가자 중 2명은 6학년 형님들이었고 남은 한 명은 우리 반 남우다. 승부욕도 세고 경쟁을 즐기지만 패배했을 때 또르르 떨어지는 눈물을 참기 어려워하는 우리 남우, 이번만큼은 걱정 없다. 대회 포스터를 붙이기 전부터 나에게 틈틈이 지도받은 덕에 남우는 이미 내가 세운 기록을 넘어설 만큼 기량이 올라온 상태였다. 앞서서 열띤 응원을 받으며 치킨 몰이에 나섰던 6학년 친구들의 점수는 300점대 이하!
‘이런 이런 손쉬운 치킨 사냥이 되겠군!’
드디어 우리 남우의 차례다. 착실하게 지도받은 대로 화려한 손놀림 뽐내자, 화면 안 공룡은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차근차근 올라가는 점수에 6학년 응원 피켓은 떨궈지고 치킨을 사주겠다며 호기롭게 출전했던 형들도 머리를 긁적인다.
“이건 주최 측 농간이에요!”
어질어질해하며 남우를 내려보던 6학년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연습할 때와 다른 많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남우의 공룡은 평소보다 낮은 1,000점대에서 질주를 멈췄다.
“초등부 결과는 남우가 1등입니다.”
남우가 함성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그런 남우를 보며 아쉬울 만도 한데 6학년 담임 선생님과 형들도 짝짝짝 손뼉 쳐 준다. 그 모습이 고마워 나도 6학년 친구들에게 고마움에 박수를 건넨다.
중·고·전공과 대회, 초등보다 많은 참가자가 모인 탓에 담임교사와 응원을 온 친구들 모두 교실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대회장 창문에 가까이 서 있던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뭐라 뭐라 당부하거나 주먹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면서 평소 볼 없었던 갖가지 모습들이 펼쳐진다.
“거 너무 시끄럽지 않습니까! 선수들 집중이 안 되잖아요!”
장난스럽게 창문을 탁탁 두드리며 중등 선생님에게 이야기하자 웃음 띤 선생님이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납작 숙인다. 대회 전날까지만 해도 자기 반 아이는 참가에 의의를 둔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정작 대회장에 와서는 내 새끼 기를 살려주려 온갖 응원을 다 하는 모습에 웃음이 참아지지 않았다.
그 성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 굴뚝 같겠지만 5초도 안 돼 탈락해 대회장을 나가며 이마를 '탁' 치거나, 떨리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며 밖으로 나가 선생님께 멘탈 코칭을 받고 다시 들어오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연습 이상의 성적을 보이는 자신에게 감탄하는 녀석도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귀여운 녀석들’
혹시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 격분한 감정을 쏟아내는 친구가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대회는 순탄하게 마무리 되어갔고 마지막 선수까지 기록지에 서명하고 나자 뜨거웠던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점심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었지?”
심판으로 참여한 임원들에게 묻자, 의외의 반응들이 나온다.
“진짜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시켜주세요.”
“다음번 게임 찾아볼까요?”
대회 내내 “도전! 이라고 외치세요.”, “멈추세요!”, “000점입니다.”하며 심판 완장을 찼던 것이 꽤 재밌었나 보다. 부회장 녀석은 자기가 심판 역할을 실수할지 봐 긴장했었다며 얼마나 집중했었는지를 꽤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고마워, 너희들 아니었으면 선생님 혼자 어려웠을 거야!”
마침내 임원들마저 교실로 돌아갔고 어느새 교실에 고요함만 찾아왔다.
“후”
의자에 주저앉자, 맥이 풀려왔다. 특수학교에 전입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첫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나도 긴장했었나 보다. 큰 문제 없이 행사가 마무리됨을 감사히 여기며 손에 든 점수 기록지로 시선을 옮겼다. 참가자들의 떨림 환호 한숨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수고했다.”
손을 얹고 한명 한명의 이름을, 머리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어쩌면 평생 대회라는 것을 경험하기 어려운 우리 학교 아이들이기에 긴장감 속에서 잘 참여해 준 것이 기특하기만 했다. 기록지를 보며 경기에 참여했을 때 녀석들의 표정을 떠올리려던 찰나 드르륵 문 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저 몇 등이에요?” 채영이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던지 숨을 헐떡인다.
“아직! 확인중이야!”
“에이, 아시잖아요!”
“지금은 못 알려줘! 월요일에 발표문 붙일 테니 그때 봐!”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민 채영이는 체념한 듯 문을 닫고 가버린다.
‘미안하다 채영아, 넌 순위권에 없단다!’
기록지에서 채영이 이름을 어루만져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 또 어떤 이벤트를 만들어 볼까? 너희들의 학창 시절에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