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문 제30조를 기억하며.
'아동학대를 신고하려는 자가 학대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경우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있도록 하며...'
도대체 몇 명의 교사가 세상을 등져야만 선생님들을 향한 조리돌림이 멈춰질 수 있을지. 그들은 표면적으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법률개정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법은 학교룰 파괴시키고 장애학생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한다.
학교폭력 예방법 개정 때도 그렇지 않았던가?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일견 정의로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학교는 변호사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고, 화해와 양보가 아닌 내 자식을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한 법적 쟁투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이 법도 마찬가지다. 고작 의심만으로, 그 말도 안 되는 모호한 기준으로 아이들 가방에 녹음기를 보내는 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된다면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활동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꼭 큰 소리를 내고 신체적 제지를 한다고 해서 적극적인 교육활동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안돼"라고 말하고 옳지 못한 행동을 할 때 몸으로라도 막아서야 하는 것이 교육일 텐데, 나의 적극적인 교육활동이 녹음기에 어떤 식으로 녹음되지 몰라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겠는가?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이 그리고 사회 전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진정 저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답답하기만 한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법 개정을 원하는 특히 학부모들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작은 흉터 하나 생겨서 와도 내가 다친 것보다 아프게 느껴지는 귀하디 귀한 내 자식이다. 그런데 의사 표현은커녕 피멍이 들었어도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혹시 누가 괴롭히는 건 아닐까?', '장애인이라고 따돌림당하는 건 아닌지..' 하며 밤잠을 설치는 부모들의 심정을 같은 부모로서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자녀에게 녹음기를 (만약 성인이 되었어도 장애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평생 들려 보낸다면 누가 그 아이 곁으로, 그리고 장애인 근처로 가려하겠는가. 장애인과의 대화 상황이 아닐지라도 내가 한 말 옆사람과 주고받은 이야기조차 모두 녹음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동할 텐데 말이다.
결국 학교에서도 통합학급 선생님들은 장애학생을 맡지 않으려 할 테고 장애학생들은 친구들로부터도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학창 시절을 허비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애인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장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을 만들려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당신 주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이 법이 필요한지 물어는 보았는지, 정말 그들이 이 법을 절실하게 원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법을 만들고자 했던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곳에도 녹음기를 보내도 되는지 말이다. 진정 그래되 되는지 말이다.
또 알길 바란다. 그들이 무수히 말해왔던 인권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을 위한 인권이 아닌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함께 보장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제30조
-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