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에서 00부장하는 강선생 이야기(5)

사라진 한 단어, 남겨진 우리의 현실

by 스페셜K

없다.
하필 그 중요한 단어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스크롤을 몇 번이나 올리고 내리며 찾았던 단어, ‘물리적’이라는 세 글자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해 서이초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 사건 이후 마련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등 교원의 생활지도 수단을 명문화한 이 기준이 최근 개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학생부장을 맡게 되면서 조문 하나하나를 더욱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훈육 단계에서 학생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교원이 제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초·중등교육법으로 상향 입법되었다는 점이었다. 권한이 확대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물리적’이라는 표현이 빠지고, ‘방어 및 보호를 위한 제지’라는 문구로 대체된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물리적’과 ‘방어 및 보호’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 학교에도 미숙한 사회적 기술이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부적절한 행동이나 분노발작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체적인 제지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답해야 할지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마침 3월 초, 학생생활부장 대상 연수에 충남교육청 소속 변호사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쉬는 시간을 활용해 직접 질문을 드렸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담담했다. 방어 및 보호를 위한 제지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신체적 접촉이나 물리적 개입이 수반될 수밖에 있으므로, 특정 용어 하나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답변을 듣고 돌아서는 순간, 법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가 얼마나 협소했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괜스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학교는 이토록 법 조항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교육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교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법률 연수는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해야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인가’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법률뿐만이 아니다. 매뉴얼 또한 해마다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업무가 막힐 때마다 “매뉴얼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먼저 묻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베테랑 교사들조차 자율적인 판단을 주저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규정과 세분화되는 절차 속에서, 결국 묻게 되는 것은 이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과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그 일을 수행하는 교사들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고 있는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만을 학습하는 공간으로 학교가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남는다.


그러나 이미 현실은 많이 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최근 읽은 문형배 재판관의 『호의에 관하여』에는 “착한 사람일수록 법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어쩌면 그 말은, 그동안 법정에서 ‘나쁜 사람들’이 법을 더 능숙하게 활용해 왔다는 사실을 체득한 노석학의 조용한 조언처럼 들린다.


이제는 각자 자신을 둘러싼 법과 제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대임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착함’이라는 정체성 또한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쉬움과 함께, 그럼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오늘도 학교는 계속된다.


ps. 최근 송사에 휘말리신 H선생님의 무고함이 하루빨리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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