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배움의 시간, 우리는 기도합니다.
“기도합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내가 요즘 자주 되뇌는 말.
돈이나 건강, 행복을 바라는 기도가 아니다.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5단계를 오행시처럼 외우기 쉽게 정리한 일종의 약속이다.
기 – 기분 파악하기
학생이 등교할 때부터 표정과 말투, 소리 등을 세심히 관찰하여 평소와 다른 점이나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기록하고 공유한다.
도 – 도움 요청하기
학생이 분노 발작이나 도전 행동을 보일 경우,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변 교사에게 즉시 도움을 요청한다.
지원 인력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학생이 스스로 진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을 주지 않는 한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합 – 힘(합)하여 중재하기
학생의 저항이 강한 상황에서는 교사 1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1:1로 대응하다 보면 감정이 개입되어
불필요한 제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2인 이상이 함께하여 서로를 보호하고 적절한 선을 지키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시 – 시간 갖기
학생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충분한 쿨다운 시간이 필요하다. 필요 시 장소를 전환하여 자극을 줄이고,
교사의 속도가 아닌 학생의 속도에 맞춰 충분히 기다려준다.
다 – 다시 일상으로
학생이 안정된 상태에서 수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학부모 및 교직원과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 시 협의를 통해 향후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 다섯 글자는 단순히 외우기 쉬우라고 만든 말이 아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학생의 행동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또 하나의 배움의 순간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 시간을 아이가 잘 견뎌내기를,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 또한 다치지 않고 마음의 상처 없이 지나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함께하자고 권유하고자 한다.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동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어느 신실한 신자가 새벽기도를 드리듯 두 손을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