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온도

by dy


아,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무엇을 찾아봐도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것은 없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의욕이 나지 않는 건 내가 아직 충분히 간절하지 않아서일까? 사람들은 무언가를 원하면, 그 하나를 향해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아직 그만큼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절하다'는 감정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사람마다 마음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측정될 수 있는 객관적인 척도는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서 '간절함'이란 어떤 강도로 존재해야 하는 걸까?

그것이 없으면 죽을 만큼 절박한 심정이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물론 단순한 흥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삶 전체가 무너질 정도의 절박함만이 유일한 기준일 리도 없다. 아마 그 둘 사이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중간 지점에 나의 간절함은 위치해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며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나는 늘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들은 비록 최선은 아니었을지라도 최악도 아니었다. 어떤 길을 택하든 늘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기에 내 삶의 결은 늘 중간의 온도를 가진 선택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 중간 정도의 간절함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감정은 설명하기 애매하고 붙잡히지도 않는다.


의욕이 없는 걸까, 아니면 의지가 부족한 걸까. 혹은 단순히 무기력한 것일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아래에서 출발하니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질 것만 같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굴려봐도 뭐가 옳은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어서, 이제는 잠이 쏟아진다. 눈이 점점 무거워지고, 속은 미식거리고, 머리는 둔탁하게 울린다. 위와 아래가 겹쳐 보이고, 시야가 두 개로 나뉘며, 심장의 두근거림이 내 귀에서 크게 울린다. 혹시 옆 사람에게까지 들릴 만큼 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눈도 따갑다. 눈에 들어온 게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없다. 그냥 따가울 뿐이다. 지금 여기서 누워버리면 모든 게 멈춰버릴 텐데, 몸을 움직여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도 되는 걸까.


잠이 온다. 계속해서 잠이 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새로울 것 없는, 반복되는 똑같은 생각들만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아까 했던 생각을 또 하고, 또 되뇌고, 또 반복한다. 아무리 해도 똑같다.

눈을 감아야 할 것만 같다. 몸 어딘가에 기대어 누워서 이 메슥거림과 머릿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귀찮은 떨림을 없애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서 눈을 감기에는 어딘가 너무 이른 것 같다. 조금 더 버티고,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타자를 친다. 글을 쓰는 이 행위만이 눈이 감기는 것을 막고 있다면, 손이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각을 계속 떠올려야 한다.


잠이 온다. 잠이 온다. 방금은 정말 위험했다. 너무 깊게 잠이 쏟아지는 느낌에 두 번이나 정신이 휘청였다. 목에서는 무언가가 역류하는 듯 넘어오려는 느낌이 올라온다.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그러고 싶지 않다. 눈을 감으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위와 아래가 뒤섞이며, 좌우조차 분간이 되지 않는 어지러움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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