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세상을 단순하게 나누려 한다. 누군가는 착한 사람, 누군가는 나쁜 사람. 하지만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쁜 사람도 아니다. 마음속에는 좋지 않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또 실제로는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어정쩡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눈에 나는 대체로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내 말투나 태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그 이미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어긋나 있는 기분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해석되는 느낌이 들고,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규정을 깨기 쉽지 않다.
내가 지나온 여러 그룹들을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처음엔 다 같이 웃고 떠들며 잘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둘이나 그 이상으로 갈라졌다는 갓.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갈라진 그룹 사이에서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A그룹에서는 B에 대한 불만을, B그룹에서는 A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다. A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B의 입장도 나름의 이유가 보이니, 쉽게 한쪽 편을 들 수도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서로의 오해가 조금씩 풀리고 다시 한 그룹으로 돌아갈 때였다. 그때가 되면, 중간에 서 있던 나는 애매한 위치에 남는다. 양쪽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정리되면서, 책임이 애매하게 중간에 있던 나에게로 향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결국 문제는 나였나 보다"라는 결론에 스스로를 몰아넣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차라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혹은 아예 한쪽에 확 붙어서 그 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쪽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여전히 중간에 서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지금 함께 있는 이 그룹도 언젠가는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 것 같은 불안이 있다. 언젠가 분위기가 갈라지고, 나는 또다시 두 사이에 서있겠지. 그리고 그때도 "왜 네가 중간에서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냐"는 식의 시선이 향할까 봐 미리부터 지쳐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 왜 내가 중간에서 모든 걸 들어주고 조율해야 하는 걸까? 서로 조금만 더 솔직하고, 조금만 덜 공격적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 자동으로 쓰레기통이 되고, 상담사가 되어야 하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단순한 동조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리해 주는 사람"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네가 좀 정리해서 말해줘. 누가 잘못한 건지 말해 줘." 하지만 나는 그런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 그 역할은 원래 내가 맡기로 한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에게 쌓여 버렸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거창하지 않다. 특별한 위치에 서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편이 되어 싸우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서,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듯 서로를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에, 또다시 그룹이 갈라지고, 다시 합쳐질 때, 나는 또 중간에서 애매한 사람으로 남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때 사람들이 "문제는 너였어"라고 쉽게 말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그 말이 전부 사실은 아니어도, 나는 또 그 말에 묶여 스스로를 탓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