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터칠

by dy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였다.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눈이 떠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지친 느낌이다. 어제의, 아니 새벽까지 깨어 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분명 잠에 든 건 밤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건 새벽 세 시를 막 넘긴 무렵이었다. 그다음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여섯 시.

지금 일곱 시를 조금 넘겼다.


숫자를 대충 더해보니, 눈을 감고 제대로 잠에 빠져 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몇 시간 동안 내 정신을 들었다 나갔다를 반복했고, 그 탓인지 몸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팔과 다리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것처럼 멀게 느껴진다.


어차피 지난 몇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상체를 세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늦을 테니까.


정말 일어나기 싫다는 마음과 그래도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동시에 밀려와 서로 부딪힌다. 이불속의 온기와 휴대폰 속 시계 숫자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가다가, 결국 나는 몸을 일으킨다. 허리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자마자, 오늘이 유난히 꿉꿉할 거라는 예감이 찾아온다. 공기부터가 무겁고 눌어붙어 있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제까지 계속 내리던 비는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그친 모양이다.

하늘에는 두꺼운 회색 구름이 층층이 깔려 있다.


밖에서 불어오는 약한 바람에도 물기 잔뜩 머금은 공기가 훅 들어온다. 알 수 없는 불쾌한 감각이 피부 위를 한 번 쓸고 지나간다. 나는 조금 찡그린 얼굴로 창문을 닫고, 습관처럼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다. 세면대 위로 물방울이 튄다. 거울 속에 반쯤 감긴 눈, 부어 오른 얼굴, 흐트러진 머리칼이 비친다.


'아, 나가기 싫다.'


머릿속으로만 중얼거려 보지만, 이미 마음 안쪽에서는 수십 번을 말한 것 같다. 씻는 동안에도 '하기 싫다'는 마음은 계속해서 밀려온다. 그래도, 어떨 수 없이 가야 한다. 이 마음은 아마 현관문을 나서기 전까지, 아니,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대충 닦고 방으로 돌아온다. 옷장을 열고 오늘 입을 옷을 고른다. 일단 티셔츠, 바지, 양말. 손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머리는 계속 계산을 한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십오 분, 회사까지는 삼십 분, 지금 나가면...'

계산 끝에 나오는 결론은 늘 같다.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는 아직 기회가 있다.

오늘 하루를 집 안에서 편안히 보내버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 그 얄팍한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나는 잠깐씩 손을 멈춘다. 옷을 입다가도, 양말을 집어 들다가도 한 번씩 멈춰 선다.


'오늘은 쉴까? 진짜로?'


하지만 대답은 결국 늘 같다. 아니다.

결국 나는 양말을 다 신고, 바지를 다 올리고, 티셔츠를 입는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뒤에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 지점에 도착한다.


이제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한다.


시계를 다시 한번 본다.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설 때까지, 대략 삼십 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몸은 겨우 움직일 준비를 마쳤고, 머리는 아직도 이불속에 누워 있는 것 같다.


신발장 앞에 서 있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마지막 루틴이다.

정말 짜증 나고, 지긋지긋한, 그렇지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나갈 수 없는 그 루틴.


나는 먼저 화장실로 돌아간다.


세면대 수도꼭지를 한 번 더 돌려 본다. 이미 단단히 잠가져 있다는 걸 아는데도, 다시 확인한다. 물 한 방울을 떨어지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물이 계속 흘러서 결국 방까지 잠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상상은 그제야 잠시 물러난다.


불이 꺼져 있는지 확인한다.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할까 하는 충동이 살짝 스친다. 그러나 괜히 건드렸다가 또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손은 결국 허공에서 멈춘다.


방으로 돌아와 냉장고 앞에 선다.

손잡이를 잡았다 놓았다 몇 번 반복하다가, 겨우 문틈을 살짝 눌러본다.

단단하다.

분명 닫혀 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냉기가 새어 나와 방 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냉장고 안 음식이 전부 상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지금 이 손끝에서 일단 현실이 아님을 확인한다.


그런데도, 두 걸음쯤 떨어져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창문은 환기를 위해 적당히 열려 있는지 살핀다. 너무 많이 열려 있으면 도둑이 들 것 같고, 너무 조금 열려 있으면 하루 종일 곰팡이와 싸우게 될 것만 같다. 내가 정해 둔 '적당히'라는 기준치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눈을 떼게 된다.


다음은 헤어드라이기

오늘 쓰지도 않았는데, 굳이 확인하러 간다. 콘센트에서 플러그가 뽑혀 있는지, 본체 스위치는 꺼져 있는지 바라본다.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정작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이걸 확인하지 않으면 문 앞까지 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것만 안다.

알 수 없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거실 쪽으로 나와 콘센트에 꽂혀 있던 충전기들을 하나씩 훑어본다. 끝까지 꽂혀 있는 건 없는지, 멀티탭 스위치는 내려가 있는지, 케이블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시선이 선을 따라 바닥을 기어 다닌다.


무언가 하나쯤 잘못 연결돼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 느낌이 조금 옅어질 때까지, 손끝은 멀티탭 스위치를 괜히 한 번 더 눌러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 옆에 딸린 작은 주방으로 간다.

가스레인지 앞에 선다.


불이 완전히 꺼져 있는지, 손잡이가 '꺼짐' 표시 쪽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한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다시 쳐다본다.


머릿속에서는, 내가 없는 사이 가스가 조금씩 새어 나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누군가 문을 여는 순가 작은 불꽃 하나에 모든 게 한 번에 터져 버리는 장면이 짧게 떠오른다. 숨이 막히는 상상이지만, 손잡이가 분명히 '꺼짐'에 닿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면서 그 장면을 힘겹게 밀어낸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손을 모은다.

양손의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한 번 센다고 안심이 되지 않는다. 손을 모은 채 다시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번에는 손을 가스레이지 위에 살짝 올려둔 채, 꾹 눌러서 다시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숫자가 입 밖으로 흘러나올수록, 머릿속에서는 다른 숫자들이 덧셈을 한다.

'세 번, 일곱 번씩이니까... 스물한 번.'

스스로도 우스운 계산이다. 그렇게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숨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해서 루틴이 끝난 건 아니다.


나는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 아까 확인했던, 세면대와 전등 스위치를 또 본다. 냉장고, 창문, 헤어드라이기, 콘센트, 가스레인지.

마치 맵을 따라서 이동하는 게임 캐릭터처럼, 똑같은 경로를 한 바퀴 더 돈다.


그리고 또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번에는 숫자를 조금 더 빨리 센다.

말이 꼬이지 않도록 혀에 힘을 준다.

만약 한 번이라도 숫자를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몇 번이나 이 과정을 반복한 후에야, 나는 겨우 신발장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허락한다.


신발을 신을 때도 눈을 쉽게 문 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가스레이지 방향, 콘센트 방향, 창문 방향이 눈앞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익숙한 풍경들이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박힌다.


눈을 집 안을 쓸어 담고, 손을 감각만으로 신발을 구겨 신는다.

발뒤꿈치가 완전히 들어갔는지조차 정확히 느껴지지 않지만, 다시 숙여 확인하며 루틴이 또 시작될 것 같아서 그냥 참고 선다.


문고리를 잡고, 마지막으로 집 안을 한 번 훑는다.

이제 곧 "띠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힐 것이다.

나는 숨을 멈춘다.


문을 당기고, 천천히 밀어 닫는다.


"띠리릭."


가벼운 전자음과 함께 문이 잠긴다.

안쪽 세상이 나와 완전히 분리되는 소리.


그제야 겨우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한 칸, 한 칸.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집 안 구조가 떠다닌다.

가스레인지, 콘센트, 냉장고 문, 창문, 세면대, 전등.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는 없다. 돌아가면,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현관을 지나, 골목으로 나와, 지하철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축축한 공기가 아직도 몸에 들러붙어 있다. 발이 무겁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아직 하루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벌써 하루를 한 번 다 산 것처럼 지쳐 있다.


그래도,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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