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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Aug 31. 2022

일년에 한집만 설계하는 꿈

집의 귓속말

10년전 첫 책이 나오고 이제 내 설계사무소를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을때 막연히 꾸던 꿈.

 

'1년에 한채의 집만 설계하는 사무소'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런식으로 먹고살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것 같다. 

다만 누군가가 꿈 꿔오던 집짓기가 그 사람에겐 평생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일텐데 

그 일을 맡은 사람으로 1년의 시간은 그 집 하나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철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런 생각이 있었고 사무실을 얼껼에 시작했고 어찌어찌 10여년이 흘렀다.


그간 여러 집을 설계하며 먹고 살았다. 

그럭저럭 먹고 살아오긴 했는데, 그간 시간을 돌이켜보니 

그 과정에서 지금 어떤 성취와 보람이 내게 남았는지 생각할수록 잘 모르겠다.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닌 남들 보기엔 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 그런 삶.


아무리 사무실을 작게 운영 하더라도 일년에 한 집만 설계해서는 역시, 생활이 어려워질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이 궁금하고 은퇴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결국 어쩔수없이 지금처럼 매해 여러 집을 설계하며 살게 되겠지만.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지 모를 1년을 함께 온전히 공유하는 것은

굳이 거창한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건축가와 건축주 둘 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문득 몇 해전 어느 골목을 지나가다 봤던 1day - 1table 식당이 기억난다. 

그날의 손님이나 음식을 차리는 주인이나 서로 선택하고 서로 선택되었다는데서

오는 흥미로운 인연의 교감이 있고 온전하게 하루를 서로에게 투여하는,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다른 밀도가 느껴졌다. 

  

꼭 닮을수야 없겠지만 그런 철학으로 누군가 평생의 한번이 될지 모를 

집 설계를 맡는게 현실에선 영 불가능한 일인지..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오늘도 새로운 누군가의 집을 막 시작하며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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