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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Aug 26. 2022

인연들

나우랩의 설계일지 

가끔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세상 넓고 건축가도 많고, 집 짓고 싶은 사람도 많을거고.

어떻게들 알고 연락을 주시고 인연이 되어 그들의 집을 맡게 되는건지.

광고를 엄청 열심히 하거나 유명한 사무소도 아니고..

- 물론 광고 많이 하거나 유명한 사무소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찾아가겠지만

무슨 대단한 작품을 하는 건축가도 아닐텐데..

- 대단한 작품 하는 건축가들은 바쁘실거고 많이 비싸겠지만


여튼 가끔 곰곰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박한 확률로 일면식도 없이 수십년간 각자의 동네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던 건축주와 건축가가 하나의 집을 위해 의기투합되는 것인데... 한발짝 떨어져 보면 인연의 경이로움같은게 살짝 느껴지는 것이다. 

- 사실 따지고보면, 좋든 싫든 모든 인연이 다 그런식이겠지만.


2월초에 이메일 한통이 날라왔고 중국에 주재원으로 가족 모두 살고 있다 하셨고 내년 하반기나 되야 들어올 예정이라셔서 기본적인 궁금한거, 이것저것 집짓기 관련해서 줌으로 상담해드리고 기타 잡다구리한 집짓기의 여러 이슈에 대해 카톡, 이메일 여러번 주고 받고.

그럼에도 시간 많으니 충분히 알아보시고 천천히 결정하시면 될거 같다고. 설계 맡길 건축가도 충분히 다양한 사람 접촉해보시고 결정하는게 좋고 일정 역시 넉넉하게 잡으시면 좋겠다고 조언드렸는데. 몇달 흐른 후 마침내 정하셨다며 설계 맡아달라고 잘 부탁한다고 짧은 메일이 왔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줌 미팅 프로젝트다. 대략 열달은 지나야 귀국 예정이라 중국 북경과 화상 회의로 설계가 진행될거 같다. 시공은 귀국 후에 해야 할 것이고. 


몸이 여기에 없으니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건축가가 필요하셨을거고 그 부분 고민 참 많았을텐데. 

그렇게 보면 우리가 나름 성실하고 선량하게는 보이나부다. 일 따기 위한 잔기술 보다 가급적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실하게 도움드리려 애쓰는 걸 좋게 봐주셨다면 감사할 일이다. 물론 우리도 건축주로서 좋은 태도를 가진 분들이라 느꼈다. 

 

몸이 여기 있어도 서로 못미덥고 같은편처럼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에서 일이 시작된다면, 진행과정 마다 덜그럭대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점차 서로의 말을 못믿게 되고 엇나가다 선택도 잘못하게 되고 불만이 쌓이고 자연스레 책임 안질 궁리를 하게 되며 급기야 남 탓에 몰두 하게 되는 식상한 패턴의 연속. 비단 집짓기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내가 살 건축물의 건축가를 정하는 문제는 건축주에게 꽤 어려운 문제일것이다. 하지만 건축가 입장에서도 건축주와 뭔가 통하는 지점이 있는지 서로 공감대와 믿음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특히 단독주택은 두세배 더 그렇다. 


그래서 경험상 당장 일이 급하지 않다면 무턱대고 돈 준다고 일 맡아서 서로 덜그럭 거리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게 된다. 그게 지나고보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까. 경험이 쌓일수록 주택 설계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걸 반복해서 깨닫게 된다. 결이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보는게 낫다. 건축주, 건축가 둘 모두. 


그러니 그런 탐색의 시간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후 집 하나 잘짓기 위해 인연이 되는 시점의 기분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우주의 신비 같기도 하고... 뭐 그런  것이다. 

이번 인연은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그 이야기의 끝에 어떤 집이 남게 될까. 늘 그렇듯 시작의 마음은 흥미진진, 두근두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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