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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Sep 24. 2022

4천만 도시 상상

건축가의 수필

수년전에 어떤 술자리였는지, 책이었는지, 방송이었는지... 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인구 4천만 도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 어제밤 반신욕 하다가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올랐는데 마치 어제 들은 얘기처럼 그때의 내용이 줄줄 이어지는 것이다. 마치 지난 주말 읽은 김초엽의 단편 소설처럼. 그래서 또 잊어먹을까봐 마침 식곤증도 몰려오는 오후라 드문드문 이어지는 기억의 단편을 하나의 수필로 정리해봤다. 그럴싸한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 이야기.


*


도시를 규정하는 잣대가 인구뿐만은 아니겠지만, 인구란 도시를 몸으로 보자면 피와 같은것이다. 피의 활동량이 좋고, 그 개체가 왕성할수록 몸이 건강하듯이 유토피아적 관점으로 보자면, 인구가 얼마인가는 곧 도시의 잠재력과 등가로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복잡한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더라도 서울의 인구가 지금보다 4배가 되었을때 벌어질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본다면, 왜 전세계의 거대한 자본들이 4천만 5천만짜리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주춤거리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물론, 도시 스스로 자연정화력을 발휘하여 더이상의 인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예컨데 인구 1천만의 도시에서 해마다 1만건의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진다고 한다면, 인구 4천만 도시에서는 최소 4만건의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질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지금보다 배의 치안시스템으로 해결할수 있는것이 아니라, 인구가 늘어남으로서 좀더 조직적인 범죄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인구밀도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서 접촉 역시 늘어날수 있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해서, 나쁜놈들의 접촉빈도가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모든 기상천외한 범죄들의 씨앗은 감옥에서 잉태되는데, 모 사회학자는 감옥이란 공간의 밀집성과 갑갑한 폐쇄성에서 원인을 찾은바 있다.  

  

그러므로 4천만 도시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등배수의 치안력이 아닌, 제곱의 치안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모든 행정기관과 정치역시 어쩔수 없는 증가가 필요할것 같은데, 그쯤되면 사람이 아니라 기계인간이나 최첨단 AI가 행정공무원 천명의 역할을 담당할테니 걱정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는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쪽수가 많은만큼 곱절의 변수가 등장하며, 예측할수 없는 불가지 상황이 벌어질수 있슴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갑갑한 환경도 문제가 된다. 면적을 늘리지 않고 고밀화 고층화 된다고 가정한다면, 일조를 충분히 못해 성격이 안좋아지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날것이다. 게다가 4천만이 내뿜는 CO2만으로도 도시는 충분히 탁해질것이다. 거기에 4천만을 실어나를 자동차와 기차와 버스의 매연과 4천만이 가동시킬 에어컨, 컴퓨터, 티비등등의 열기가 도시를 후끈 달아오르게 할것이다. (지금같은 느슨한 탄소중립 캠페인으로 좋아질리 만무할테니)


이런 환경이라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걸 포기할지 모른다. 도시정부는 자동차를 모두 폐차시키고 4천만에게 일일히 자전거를 나누어 주는게 유일한 살길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나가봤자 짜증이 난다면 사람들은 실내에서 실내로만 움직일것인데, 건물과 건물사이에 유리 캡슐을 씌운 다리를 놓아 도시내부를 돌아다니게 된다. 낮에도 어두운 바깥동네에선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돌아다닐지도 모르니. 이쯤되면 화성도시와 지하도시와 진배없는 환경이 될것인데,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미쳐갈것인지 아직 치밀하게 분석 보고된 논문이나 발표는 없다. 해봐야 안다.


한편 정반대의 낭만적 상상도 가능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90%를 면적 10%의 수도권에 몰아넣고 나머지 지역을 모두 초록색 가득한 전원지역으로 만들었을때, 전체면적의 90%이상에서 내뿜어주는 상쾌한 공기가 갑갑한 메트로폴리스의 환경을 덮으면서, 수백층의 건물이 밀집된 도시가 90% 숲의 덕을 볼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기순환이라는 간단한 원리를 비추어보자면, 같은 원리로 단위면적당 9배로 농축된 10%의 오염원인이 전국토를 다른 양상으로 망가뜨린다는 상상도 가능할것이다. 거대한 바다에 단 몇톤의 기름만 유출되어도 바다가 수년간 쑥대밭이 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현실이니까.


그렇다면 영영 4천만 도시는 불가능한가? 가능하다. 단 수많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할것인데 맛배기로 몇가지만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에 사는 모든 인간들에게 전자센서를 부착시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몸속으로 집어넣어야 할지도 모른다. 센서는 한 인간의 이동경로와 몸상태, 정신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서 집체만한 컴퓨터로 정보를 전송한다. 정보는 몇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위험경고가 들어오면 패트롤이 출동해야 한다. 둘째, 바깥 자연환경파괴를 막기위해 외출시간을 통제한다. 4천만 도시에 사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연보호라는 초딩권고를 무시할것은 불 보듯 뻔하므로 가급적 못나가게 해서 오염을 최대한 방지한다. 세째, 도시성장에 기여못하는 인간은 차라리 잠을 재운다. 이런 인간들을 방치했다간 그 개체수의 증가를 막을수가 없으므로 미연에 조치한다. 네째, 전쟁시 핵 한발이면 인구의 90% 사라지는 상황이므로, 대략 일산에서 분당까지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및 전자 교란 방어막을 구축할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막 연구가 실패할수 있으니 평소에 핵 보유국과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 한다. (그런데 엊그제 그들에게 욕을 했다...)


그리고 끝으로 하나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4천만 도시가 일단 만들어지면 이런데선 못살겠다 하며 전원으로 도망가는 비겁자들이 있을 것이다. 엄중히 다뤄야 한다. 차라리 아담과 이브처럼 사는게 낫겠다고 도시를 버리는 이들이 늘어날지 모른다. 전자센서가 이를 해결해줄것이다. 도시의 외곽엔 고압전류를 흐르게 하는 높은 담을 쌓는다. 그리하여 이를 탈출하여 도시를 공동화 시키려는 극악무도한 이들을 막아야 한다. 아니면 토건 잘하는 쌍팔년도 스타일 대통령을 임명해서 도시를 감싸는 후프형 물길(말하자면 중세성의 해자같은)을 만들게 하자. 바다물을 끌어들여 상어떼를 풀어놓으면 엄청난 길이의 고압전류 유지비용정도는 절약할수가 있겠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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