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수필
설계 감리 중인 서초구 염곡동 프로젝트 시공맡은 시공사 분들과 동네에서 소주 한잔 나누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던 중 시공사 이사님께서 말씀하셨다.
' 건축일은 가장 고난이도의 서비스업인거 같아요 '
비단 시공에 한정된 얘기는 아닐것이다. 건축 설계 하는 입장에서도 실제 어떤 프로젝트든 일을 시작하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결국 소통이니까. 건축가와 건축주, 그 사이에 오가는 많은 말과 단어들. 설계안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한 도면과 그림, 모형... 모든 것이 소통 위한 도구다.
나름 20년 넘게 설계 해오면서 많은 건축주를 만났고 여러가지 공간, 건축에 대해 논의하는 다양한 소통의 경험을 했다. 소통이 잘 된 경우도 있고 잘 안된 경우도 있었고..
하나 확실한건 사람은 누구나 이성과 감성의 영향을 모두 받는 존재라는 점. 따라서 좋은 소통은 대개 내용과 형식, 분위기가 모두 좋다는 것.
괜찮은 언어, 말솜씨로 대화를 진행해도 그 말에 진심이 안 담기고 말 하는 표정, 분위기가 어딘지 겉돌 때는 좋은 소통이 쉽지 않았고 멋진 설계안과 근사한 컨셉이 있을 때도 그걸 표현하는 도면과 그림이 이왕이면 성의 있어 보이고 정돈 덜 된 거친 형식 보다는 깔끔하고 세련된 형식으로 보여질때 뭔가 기분좋고 깔끔한 소통으로 잘 진행되었던것 같다.
내용물 퀄리티와 대화 기술은 기본이고 그닥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표정, 분위기...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전달하는 형식까지 신경쓰는 거. 아마도 고난이도(?) 서비스라 한다면 그런 부분들이 아닐런지.
그걸 서비스라 하든 진심 혹은 정성이라 하든 별 상관은 없겠다.
소통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세세한 배려, 성의가 필요하다.
건축가 건축주 양쪽 모두 역지사지 입장에서 마음 상하지 않게, 이왕이면 말 이쁘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내용도 좋고 포장지도 좋고...
진심이 담기면 그 마음이 전해지기 마련이고 그럴때 서로의 신뢰가 쌓인다.
건축뿐 아니라 모든 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