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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Oct 17. 2022

다락의 기쁨

건축가의 수필


직업 편견 없는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주변 의식할 필요없이 순수 자유의지로 직업을 택했다면 아마 건축은 안했을듯 하다.


그보다는 조금 단순하더라도 더 큰 보람과 재미가 보장되는 일을 했을것 같다. 

단순하게 매일 같은 걸 반복함으로서 자연스레 숙련도가 올라가고 장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일. 


이를테면 청소를 하거나 가구를 만들거나 정리 정돈을 하는 일 같은...

요즘 그런 일 하는 전문직종이 있는거 같긴 하더만.


어릴적부터 난 그 쪽으로는 약간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살면서 어떤 청소든 정리정돈이든 어렵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일단 청소를 해야지 마음 먹으면 규모나 성격(화장실에서 운동장까지)에 상관없이 무엇부터 시작 해야하는지, 어디가 핵심이고 어떤 순서로 전개해야 하는지 순식간에 프로세스가 정리된다. 그후엔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된다. 시작하기까지의 게으름만 없다면..


청소, 정리정돈은 세상에서 가장 직관적인, 정직한 결과를 보장하는 일.

내가 몸을 움직인 만큼만 깨끗해진다. 잔머리 굴려봤자 어차피 몸으로 다 해야하고. 

일단 일의 순서만 잡히면 순서데로 몸을 놀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지난 주말엔 책을 하나씩 다 빼고 버릴 책을 나누고 책장을 다시 정리했고 창고처럼 막 쌓아놓고 방치하던 다락을 뒤집어 음악도 듣고 독서도 하는, 그럴듯한 공간을 만들었다. 아내도 딸도 어 왠일이냐며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간만에 뿌듯하고 스스로에게 기특한 휴일이었달까.


마음에 들지 않은데, 아 저거 해야하는데...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상황이 참 많다. 

일에서나 생활에서나. 


집짓는거, 설계하는거랑 청소, 정리정돈 하는거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어쨌든 몸, 생각을 움직여서 좀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둘다 잘해놓으면 뿌듯하고 스스로에게 기특한 기분이 든다.


청소, 다락 정리하느라 종일 끙끙거렸지만 하늘멍하며 음악듣는 다락의 변신이 마음에 든다.


비오는날, 눈오는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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