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자" 라는 말의 무게

그게.... 갑질이였을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맘이 아프다.

by 산책온

한때 나는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업무는 늘 내 쪽으로 흘러왔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쌓였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벅찼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절엔
일에 대한 집중도, 책임도, 기대도 함께 몰려왔다.


그때 함께했던 팀원들은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던 사람들이었다.
“이건 내가 할게요.”
“그건 제가 정리해둘게요.”
누가 시켰다기보다는,
일이 한 사람에게 너무 쏠려 있다는 걸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팀원이 바뀌었다.

나는 예전처럼 말했을 뿐이었다.
“이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
“이 부분은 00가 해주고, 이건 00가 정리해서 나를 주면 될 것같아”


그 말이, 그들에겐 다르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왜 본인 일을 시키지?’,

‘같은 직급인데, 왜 지시처럼 말하지?’
‘본인 일은 본인이 하면 되지.’

그들의 마음속엔
업무는 각자의 몫이고,
도와주는 건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라고.


나는 나대로 생각했다.
일은 종이 위에 적힌 분장표보다

먼저 무너진다는 걸.
한 사람이 버티는 구조는
언젠가 반드시 탈이 난다는 걸.


그런데 그 경계 어딘가에서
‘함께 하자’는 말이
‘시키는 말’로 변해버렸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혹시 그건 갑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배운
일의 방식이 달랐던 건 아닐까.


나는 버티는 법을 배운 사람이었고,
그들은 지키는 법을 배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도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묻기보다 설명하려 한다.
시키기보다 제안하려 애쓴다.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그날의 말은, 정말 권력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오래 혼자였던 사람의
습관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업무는 했고 감정은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