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발령 시즌이 왔다.
사람은 늘었다. 정원보다 한 명이 더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일은 줄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늘었다.
새로 온 사람은 신규 또는 저연차 직원들이었다.
윗사람의 마음에 들 만큼의 속도도, 무게도 아직은 버거운 사람들.
그래서 일은 잘게 찢어졌다.
얇게, 가볍게, 책임이 묻지 않도록 세분화되어 여러 명에게 나뉘었다.
그리고 남은 것들.
결과가 필요한 일, 판단이 필요한 일,
실패하면 설명해야 하고 성공해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들은
어김없이 나에게 왔다.
“선배니까.”
“직급이 있으니까.”
이 말은 언제나 완벽한 명분이 된다.
팀장과 과장은 알고 있었다.
이 구조가 유지된다는 걸.
아니, 어쩌면 바랐는지도 모른다.
버텨주는 사람이 해주면 편하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늘 같은 사람이었다.
여섯 명이 나눠 가진 일은 몇 가지였다.
나는 그 여섯 명이 나누지 않은 모든 것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너무 자연스럽게.
이 조직에서 일은 이렇게 배분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에게, 버틸 수 있는 사람에게.
성과가 아니라 체력으로,
능력이 아니라 침묵으로.
정년은 보장되고 월급은 같다.
여기서 말하는 ‘팀장’은
뛰어나서 된 자리가 아니라
시간이 밀어 올린 자리다.
그래서 새로운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그들의 시선은 팀장이 아닌 담당이라는 나에게 모인다.
“어떻게 하지?”
그 질문은 사실 부탁이 아니라 전제다.
네가 답을 가지고 오라는
20년 가까이 반복된 풍경이다.
이제 신규들도 안다.
일을 하면 일이 더 온다는 걸.
그래서 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고,
그 끝에는 직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한때 이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사람을 돕는 일, 문제를 풀어내는 일,
‘내가 있어서 굴러간다’는 감각이 나를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숨이 막히는 이유는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창문을 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곳에는 돈을 주는 만큼만 에너지를 쓰기로.
열정은 더 이상 헌납하지 않기로.
남은 힘은 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기로.
이 조직에는 희망이 없다.
하지만 내 인생에는 아직 있다.
나는 여기서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선택이다.
(너무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그래도.. 이 조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저.. 내가 겪은 내가 생각하는 회사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