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보인다는 것에 대하여

속을 보인 대가는 늘 조용히 돌아온다

by 산책온

나는 늘 내가 너무 쉽게 속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 웃으며 커피를 마시던 사람에게,
별일 아닌 듯 던진 말들이
오늘은 나를 겨누는 소문이 되어 돌아온다.


나는 분명 속상해서 말했을 뿐인데,
그 말들은 누군가의 입을 거치며
조금씩 살이 붙고,
조금씩 방향이 틀어져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그렇게까지 말했대.”
“되게 감정적이래.”
“불만이 많다더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문득 깨닫는다.


아, 이곳에서는
솔직함이 미덕이 아니었구나.


회사라는 공간은
마음을 내려놓는 곳이 아니라
표정을 관리하는 곳이었고,
관계는 신뢰가 아니라
거리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었음을.


나는 나만 너무 진심이었고,
나만 너무 사람을 믿었고,
나만 너무 ‘어제의 친함’을
오늘까지 가져왔다.


그래서 오늘,
나는 조금 각성했다.


앞으로는
아무에게나 내 속을 내어주지 않기로.


속상함은 기록으로 남기고,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웃음은 업무만큼만.

이건 냉소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다시는
누군가의 입에서 변형된 내 마음을
듣고 싶지 않아서.


오늘 나는
조용히 한 겹을 더 입는다.
차가운 갑옷이 아니라,
나를 덜 다치게 하는 얇은 옷을.


그리고 안다.
이 선택이 외로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걸.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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