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은 행복에 가깝다

서평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by 채수빈

이 책을 꺼낼 때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다.


'북 커버를 사야 하나?'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는 나를 자꾸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아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 우아함이란 고상하다는 단어와 연결되는데, 여기에 더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느긋한 오후의 티타임,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신의 시간을 소유한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마치 <브리저튼>에 나오는 귀족들의 세계처럼 시간과 자본의 여유가 전제된 어떤 삶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우아함을 미학이 아니라 계급처럼 이해하던 나의 '하이퍼 모던적' 오해다. 그렇지만 우아함은 아비투스와 달리 사치나 분위기가 아니다. 행복에 가깝다.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은 오늘날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 방식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행복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복은 '살아내는 것'이었다. 행복은 품격 있는 삶을 일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부수적인 것으로, '흔적'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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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행복을 저자는 '포스트 행복'으로 정의한다. 행복 그 자체가 강박적인 목적이 되어 인위적이고 조작된 형태로 변질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수록 더 지치고 불안해진다. 저자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는 한병철 작가의 <피로 사회>를 앞에서 언급하며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하이퍼 활동'을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지적한다. 모든 순간에 '가장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는 강박은 극심한 피로와 불안을 유발한다. 선택지가 무한대인 세상에서 무엇을 버리고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것이 현대의 가장 큰 도전이 되었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우아한' 태도다.


우아함(elegancia)의 어원은 선택하다(eligere)에서 왔다고 한다. 우아한 사람은 수많은 자극 속에서 자신에게 진짜 가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는 분별력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분별을 잘 하기 위해서는 범주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배우는 것은 우아함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제목처럼, 우아한 사고를 위해 '철학'은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이 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모든 것을 전시하게 만들어, 마치 보여주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우리가 '게시하는' 사이, 내면화할 시간은 사라진다. 우리는 계속 반응하지만 거의 숙성되지 않는다.


심지어 언어도 가난해진다. 현대인의 어휘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마저도 이모티콘을 포함한 '감정적인 단어'들이 이성적인 단어들을 대체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태도를 확산시킨다. 언어가 줄어들면 사고는 얕아지고, 내 선택은 타인의 것이 되고 만다.


결국 한 사람의 삶은 '취향'이 아니다. 그가 반복적으로 내린 선택들의 총합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포함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철학자는 칸트다. 칸트는 타인을 대할 때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한 점에서, 오늘날 분명 다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현대인들은 타인을 필요할 때만 찾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면이 생겼다. 나에게 관심을 줄 때만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비인간적인 관계 맺기는 우아한 삶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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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아한 삶을 위한 핵심으로 '평정심'을 꼽는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삶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인 것이다. 이전에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흘리지 않는 1인분의 삶'을 지향한다고 말한 인터뷰가 떠올랐던 부분이다. 만약 우아함을 한 줄 요약한다면 이것일 테다.


개인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지만, 기업이 어떻게 우아해질 수 있을까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고객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지 생각하는 것이 기업이 우아함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고객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스스로 분별력을 갖게 돕는 콘텐츠를 생산하며 말이다.


정신적 빈곤 상태를 나열할 때 그 증상이 최근의 나와 무척 닮아 있어 '배고팠을' 나에게 건강한 것들을 주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개인적인 마음 챙김'보다도, 무언가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받아들여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더 잘 분별하기 위해.



'우아함'의 철학을 가볍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다른 콘텐츠


<스파이가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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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결국 품위밖에 남지 않으리라. 시트콤 <스파이가 된 남자>에는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우아함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찰스는 누구와도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하는지보다 '함께하고 있는 것' 자체를 더 중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 하나하나에 애쓰기보다, 주인공처럼 누구와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품위를 가질 수 있을까도 많이 고민하게 된다. 답은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유연함’이다. 주인공의 친구가 평생 품고 있던 버킷리스트는 금문교에 가보는 것이었는데, 몇 발자국 걷다가 '이 정도면 충분한데?'라고 말한 후 시간을 다른 곳에 쓰러 가는 가벼움의 지혜를 발휘하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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