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도시의 절망을 블랙 코미디로 터뜨리다
*영화의 주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킹 배드>의 '사울 굿맨'으로 유명한 밥 오덴커크는 코미디와 진지한 연기력 모두 입증한 배우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노바디>와 <노바디 2>에 이어 또 하나의 N으로 시작하는 제목 <노멀>까지 추가하면서, 독보적인 액션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주인공 율리시스는 과거 정식 보안관 시절 발생한 사건 이후로 전국을 떠돌며 임시직을 맡아왔다. 이번 근무 역시 특별선거가 진행되기 전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근무지는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 '노멀'. 여기서 그는 과하게 친근하고 야심찬 두 보안관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이때, 먹고살기 힘들어 은행을 털기 위해 노멀에 도착한 커플의 어설픈 범행이 마을의 거대한 비밀을 드러낸다. 노멀은 일본 야쿠자의 돼지 저금통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율리시스는 현금, 마약, 무기, 금괴 등이 가득 찬 금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목격하는 순간 모두가 자신을 향해 총기를 겨누기 시작한다. 노멀의 주민들은 선량한 임시 보안관이 이 이익구조를 망치게 둘 수 없었고, 마을 주민 전체가 악마에 빙의한 것처럼 암살자 집단으로 돌변한다. 여기에 더해 엄청난 눈보라까지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율리시스는 '뉴 노멀'처럼 뜻밖에도 강도들을 보호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자신에게 총을 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 시대 변화에 따라 과거의 기준이 사라지고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
주인공의 이름 '율리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오디세우스의 라틴어식 이름으로, '꾀의 대가'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마을에 발을 들이며 다시 희망을 찾는 내용은 과연 오디세우스의 여정과 닮아 있다. 특히 율리시스는 세상과 직업에 대한 의욕을 잃고 최소한의 일만 하며 버티려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공감하기란 참 쉽기에 저항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영화에는 충분히 곱씹을만한 서사가 있다. 바로 미국 소도시들의 현실이다. '노멀'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반어적으로 보였다. 외지에서 온 보안관이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도착해, 그 뒤에 숨겨진 지역 음모를 하나씩 벗겨낸다는 구조를 가지는 <파고> 풍의 분위기에 <킬 빌>의 액션을 더한 <노멀>은 블랙 코미디 범죄극인 동시에 미국 소도시들의 재정난을 건드린다.
텅 빈 건물, 쇠퇴한 산업, 줄어드는 인구는 시골의 현실이다. 영화는 폐쇄적 '시골 텃세'를 잘못 꾼 꿈처럼 묘사해 관객에게 섬뜩함을 전달한다. 먹고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무척 끈끈하게 뭉치기도 하고 서로를 적대하는 순간 바로 총을 꺼낸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를 풍자하는데, 가장 황당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신으로 연출한다.
차갑고 음산한 미네소타 겨울 풍경, 예상치 못하게 사람이 자꾸 죽는 방식으로 펼쳐지는 코믹한 반전들, 체념과 파멸감을 머금은듯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는 밥 오덴커크의 연기의 합은 시원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더워지는 날씨 속에서 시원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노멀>의 눈보라를 즐겨보길 바란다.
*위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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