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나를 더 사랑하게 된 순간들
14. 내가 좋아하는 것들 , 내가 살아가는 이유
어릴 땐 나만의 취미가 있는 사람이 멋져 보였어.
근데 이제는 조금 달라.
취미가 꼭 멋지고 특별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지더라.
나에겐 그런 것들이 있어.
어쩌면 버티게 해준 것들이고,
어쩌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이야.
가끔은 노래 듣는 시간이
진짜 큰 위로야.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귀찮을 때,
노래 한 곡 틀면 그냥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아.
정인의 ‘오르막길’…
그 노래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있어.
그래, 인생은 진짜 오르막길 같아.
쉬운 날은 거의 없고,
하루하루가 다 힘든데
그래도 난 여기까지 잘 올라왔잖아.
그게 대단하다고,
노래가 나 대신 말해주는 기분이야.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
어릴 땐 막 무대에 서는 상상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방에서 혼자 크게 부르면서
답답한 감정을 풀어.
그 짧은 순간이 나한텐 숨 쉴 틈이 돼.
여행도 좋아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돼.
버스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내린 곳에
예쁜 카페 하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
창밖 풍경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왠지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엄마 말고, 아내 말고,
그냥 ‘나’로 있는 시간.
요리도 좋아해.
내가 만든 음식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질 때
기분이 좀 이상하게 좋아.
누군가를 위해 만든다는 게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맛있다고 해주는 그 한마디에
하루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야.
그리고 사람 만나는 거,
그건 내가 진짜 못 놓는 거 같아.
같이 웃고, 수다 떨고,
누군가 내 얘기를 진짜 들어줄 때
“아 나도 사람 안에서 숨 쉬는 사람이구나” 싶어.
솔직히,
이런 것들 없었으면
진짜 무너졌을지도 몰라.
하루하루가 똑같은 루틴이고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해.
왜냐면 그게 날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이런 내가 좋아.
뭐 대단한 건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내 인생이 아직 괜찮다는 증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