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그리고 이혼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사랑하지 않아서 끝났다.
분명 사랑했었는데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자 했는데
흰머리 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영원할 것 같았던 약속은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고,
그 조각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에 박혔다.
내 인생을 맡겼고,
상대의 인생도 내가 책임진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
둘이서 하나가 된다고 믿었는데
결국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만하자 했더니
같은 말이 되돌아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너지기보다는
조용해졌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말을
혼자서 되뇌고 있었으니까.
“나 좀 더 봐주면 안 되나”
“나 좀 더 사랑해 주면 안 되나”
끝까지 붙잡고 있던 건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하나의 답이 나왔다.
아, 나는 더 이상
사랑받지도
사랑하지도 않는구나.
사랑이 끝난 자리에 남은 건
미련도, 설렘도 아닌
그저 지독한 공허였다.
함께 있던 시간들이
전부 거짓이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는
그 시간들을 믿지 못하겠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했지만
끝까지 책임지지는 못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많은 순간들이 얽혀 있었고,
그래서 더 아프다.
결혼을 했고
이혼으로 끝났다.
한 줄로는 너무 간단한데,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밤과
수없이 많은 눈물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짐하려고 한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내 인생 전부를 맡기지 않겠다고.
사랑은 하겠지만,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하진 않겠다고.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 선택이
나를 살린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