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끝의 시작
1.마음이 식었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부터 순탄한 관계는 아니었어.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땐 사랑이라고 믿었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했어.
눈감고, 참아가며,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했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같이 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자꾸 마음이 다치기 시작했어.
예전에는 웃어넘기던 말들이 이제는 가시처럼 박혔고,
같이 있는 시간이 더는 따뜻하지 않았어.
사랑을 잃는다는 건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더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마음이 식어가는 걸 느꼈어.
예전에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움직였는데,
이제는 무덤덤하고, 피곤하고,
그저 "또 저렇지" 하고 넘기게 되더라고.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야.
그저 어느 날 문득 생각했어.
‘이 사람 없이 사는 게, 더 평화로울 수도 있겠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무서웠고,
그걸 인정하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렸어.
사실 끝내자는 말을 꺼내기까지
내 마음속에서 수십 번은 이별을 반복했어.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
아이가 있으니까,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더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그런데 결국, 내가 무너지고 있었어.
울고, 또 울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괜찮은 척하고
밤마다 숨죽여 울다가 잠들곤 했어.
그러다 어느 날, 더는 안 되겠다 싶었어.
이건 사랑이 아니고,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길이라는 걸 느꼈거든.
“그만하자.”
그 말을 꺼냈던 날,
나는 떨렸고 무서웠고 동시에 이상하게 후련했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날이 내 인생의 진짜 시작이었어.
물론 쉽지 않았어.
혼자 아이를 돌보고,
무너진 감정을 다시 세우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었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은 나를 더 아끼고 지키는 게 먼저라고
조금씩 믿게 되었거든.
사랑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고,
안 찾아와도 괜찮아.
이제는 사랑이 없어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