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라 하와이? 내가 간다 하와이!

해달별

by 핸드스피크

마지막으로 다녀온 여행은 이천십구년 여름, 푸르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던 몽골이었다. 아, 몽골이라니. 몽골을 떠올리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흘 동안 씻지 못해도, 하루 열네 시간을 딱딱한 푸르공을 타고 달려도 그저 좋았다. 밤새도록 벌레에 시달려도, 난롯불이 꺼지지 않게 잠을 설쳐가며 불침번을 서도,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도 그저 행복했다. 가이드 삼촌이 특식을 요리해주겠다며 양고기를 만들어줬는데 처음 느껴보는 비린 맛이라 도저히 먹을 수 없었지만, 가이드 삼촌의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억지로 먹은 그 유쾌한 저녁도 생각난다. 별이 무수히 반짝이던 그 밤하늘을, 함께 떠난 사람들과 도란도란 보드게임을 하며 밤을 지새우던 그 귀한 날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벅차게 뛰었던 내 가슴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다. 아니, 잊고 살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미국 유학 생활을 하다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한국으로 들어온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공부는 괜찮니, 음식은 맛있니, 다들 진짜 마스크 안 쓰고 다니니 등등 시시콜콜하지만 그리웠던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가 졸업하기 전에 내가 꼭 미국에 놀러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크리스마스를 하와이에서 보내는 건 어떻겠냐며 멋진 제의를 해왔다.


하와이? 크리스마스? 바로 이거야!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잠시 멈췄던 나의 열정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시선으로부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꼭 하와이에 가보고 싶었다. 거기에는 하와이의 멋진 풍경과 맛있는 핫케이크와 서핑을 배우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 벌써 멋진 서퍼가 되어 하와이를 거닐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된다. 서핑을 한 번도 타보지는 않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서 배우면 된다. 지금부터 머리를 열심히 길러서 하와이에 가기 전 히피펌으로 예쁘게 볶고 가야겠다. 멋진 모아나가 되고 싶다. 아침에는 친구와 함께 갓 나온 노릇노릇한 핫케이크를 먹는 거야. 그리고 서핑과 태닝과 낮잠의 여유를 한껏 즐기는 거지.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더운 크리스마스를 만끽하는 거야.


그 전에 코로나가 얼른 끝나야 할 텐데, 과연 끝나기는 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미 뛰기 시작한 내 가슴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언제가 되든 꼭 하와이에 가고야 말겠다. 내일 서점에 가서 하와이에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봐야겠다. 네가 가라 하와이? 으음. 내가 간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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