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회

해달별

by 핸드스피크

혹시 회 좋아해? 사실 나는 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지구상에 단 하나의 음식이 회뿐이라면 어쩔수 없이 먹겠지. 그렇지가 않다면 그냥 굳이 찾아 먹지는 않는 정도가 될거야.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아니야.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끝맛이 이상한 표고 버섯이거든.


주변에서 하도 회를 좋아하길래, 내가 회를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건가 싶어서 여러 번 시도를 해봤었어. 초장을 아무리 듬뿍 묻혀서 먹어도, 그 빨간 맛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바다의 비린 향이 싫더라고. 나는 그런 비린 맛이 싫어서 게딱지에 밥도 안 비벼먹는 사람이야. 그렇게 일품이라는데.


그런데 있잖아. 네가 회를 좋아한다니 그간의 미각들이 다 사라지고, 회가 먹고 싶어진거 있지. 너는 당연히 내가 회를 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내 제안을 한사코 거절했지. 그래도 내가 누구야. 정말 끈질긴 녀석 아니니. 너는 김치찌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날 위해서 함께 먹어주잖아. 나도 널 위해 같이 먹고 싶었어. 그래서 너와 함께 길을 걷다가 횟집이 보일때나 바다에 놀러갈때면 회를 먹자며 너의 귀에 가만히 속삭였지. 꽤나 간지러웠을거야.


그러다 어느 가을 끝자락에서 너는 방어회를 먹자고 했어. 오늘 저녁은 레드윙, 떡볶이, 찜닭 등 나름 고정메뉴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던 차에 새로운 메뉴가 나오니 너무 좋았어. 그것도 회라니! 회 중에서는 그나마 방어회가 제일 내 입맛에 맞을 것 같아서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를 기다렸다고 말하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어.


그렇게 함께 먹은 방어회는 정말이지 맛있었어. 와사비를 푼 초장에 방어회를 찍어 깻잎에 싸서 먹으니 이런 맛이 있구나 하고 눈이 번쩍 뜨이더라. 비리다고 싫어했던 바다의 향이 새삼 담백하게 다가왔어. 이래서 회를 먹는구나 싶었어.


내 입맛에 맞을까 노심초사했던 너의 마음을, 회를 포장해서 자전거를 타고 함께 돌아가던 그 길을, 가로등 불빛에 더욱 노랗게 빛나던 은행나무 잎을, 다시는 오지 않을 2022년의 가을을 잊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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