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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일 Jun 19. 2024

PMS의 굴레

죽일 놈의 생리전증후군 

아 왜 살지 죽고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다 때려치우고 싶어 이력서 300개 넘게 넣었는데 그중 연락 오는 건 잡플래닛 1점대 회사고 지금까지 열 군데 넘게 면접 보면서 계약직 하나 붙었다는 게 말이 돼? 가끔 프리랜서 의뢰 연락이 오니까 이 정도 포트폴리오면 그냥 적당한 회사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안일했나? 100만 원 넘는 학원이라도 등록하면서 포폴 디벨롭을 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어영부영이었나? 근데 너 디자인하면 또 무한 컨펌 지옥에 빠질 텐데 다시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니? 차라리 서류 탈락하는 게 낫기도 해 2차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지니까 멘탈이 와장창 깨져서 도통 회복이 안 되더라 아 그냥 국비라도 해야 되는 건가 알바라도 하고 싶은데 이사를 오니까 알바 문자도 씹혀 이게 뭐야 매일 책 한 권 매일 글쓰기 시간은 많은데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네 에어컨 없는 방이 뜨거워 좁고 답답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살짝 피가 비쳤다. 아, 이거 PMS구나. 그제야 자각했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생리하기 일주일이나 이주일 전, 극심한 감정 기복을 느낄 때가 있다. 매 달 그런 건 아니다. 두세 달의 한 번 정도...? 그리고 항상 우울의 이유는 명확하게 존재하고, 원래 좀 예민한 성격이기도 해서 호르몬의 농간일 수도 있단 생각을 못했다.


바이텍스나 달맞이꽃 종자유를 섭취하세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세요.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을 하도록 하세요...


PMS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 시도는 해보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스트레스받으면 맥주부터 찾는 인간이걸랑요. 근데 이것도 완치라는 개념은 아니다. 그냥 몸 관리, 스트레스 관리하면서 적당히 누그러뜨리면서 살아가는 거다. 나는 이런 인생의 동반자를 원한 적 없었는데 말이죠...


재밌는 건 일주일 정도, 피 분출 시기가 지나면 정신이 말짱해진다. 죽고 싶단 생각도, 현실을 한탄하고, 자조하고, 미래를 낙담하고... 그랬던 것이 무색하게. 뒤늦게 돌아온 현실감각은 다소 당황스럽다. 생리는 끝났는데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먹었던 감자칩은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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