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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Sep 24. 2024

중2병자의 동물의왕국

경계성 아이 ,학교폭력에 스스로 대처하기

중2

3월2일,

첫날부터 3시반쯤 학교로 부터 전화가 왔다.

타임슬립을 한듯 똑같은 상황.

역시 다르다는 것이다.

루틴처럼 술술 속사포 랩을 중1때처럼 하였다.

역시 두번째는 사무적으로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마쳤다.


일주일뒤,

선생님은  J가 자기표현도 잘하고 규칙도 잘 지키고 수업도 꽤나 열심히 듣는다는 긍정적 피드백을 주셨다.

3월 모두 긴장하고 아직은 동태파악이 덜 된 상태라 중2병자들은 몸을 사리고 있었나?


문제는 모두다 끼리끼리가 형성되고 일진은 일진끼리 평범한 아이는 아이들끼리 소심한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끼리 무리가 만들어지고 드디어 무리가 없는 J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어린 새끼 사슴 한마리가 무리에 끼지 못하고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가 배고픈 맹수에게 눈에 띄는 그런 격이다.


사춘기에 들어서 J는 또래관계에 이제 막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진 않았다.

혼자 쉬는시간에 망상을 하거나 책을 몰입해서 읽다가 혼자 웃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식이였다.

혼자 있는것을 편안해 했다.

친구가 없다고 해서 외로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포지션이 중2병맹수들에게 얼마나 맛있는 먹이감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것 같았다.


사실 J를 교육시키면서 가장 강조한것이 있다.


1.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말것

2. 수업시간에 내준 과제는 느리더라도 수업시간에 참여할것

3. 모르는 것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물어보고 집에와서 엄마와 함께할것

4. 학교에서 일어난 큰 사건은 꼭 말하기


위의 것은 아침,저녁을 먹으며 거의 십계명을 외우듯 매일 이야기 한다.


4월

J는 외부상황에 관심이 없는 편이데 계속 어떤 아이가 괴롭힌다고 이야기하였다.

얼굴과 이름을 기억 못하는 J는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이름을 써오라고 했지만 무리의 수가 늘어나니 더욱 혼란스러워 하였다.

처음에는 한명이였는데 점차 두명, 세명,다섯명이 되었다.

나는 J에게 담임선생님께 괴롭히는 즉시 교무실에가서 알리라고 하였다.

괴롭힘에 J 스스로가 대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담임선생님은 괴롭히는 무리를 불러서 야단을 치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5월

J는 이제 내가 묻지 않아도 쉬는시간,점심시간마다 일진무리들이 괴롭히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더 이상 J 스스로 대처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J가 말한 학교폭력은 아래와 같았다.


1. 체육시간에 빨리 뛰지 못할때 욕을 하는것

2. 줄을 설때 똑바로 서있지 못할때 욕을 하는것

3. 체육시간에 공을 정리한다고 하면서 일부러 공을 J에게 던지며 맞추는것

4. 쉬는시간마다 길막(길을 막는 행위)를 하면서 어깨를 치는 행위

5. 점심시간마다 J를 둘러싸고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J가 보고 있는 책을 뺏는 행위


어느날 J는 아침을 먹다가

"엄마 빨리 2학년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학교가기 진짜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최악이야!!"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것 같았다.

한번도 학교가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던 J였다.

아이는 느려도 그 시간을 꾸역꾸역 버티고 돌아왔다.

그것은 아이에게 오늘 주어진 최고의 미션 수행이였기 때문이였다.


나는 담임선생님과 통화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한다.

통화를 하고 나면 일주일간은 기분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2달간 J의 상황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J엄마입니다."

"네"

"선생님 J가 아이들이 괴롭히는 것 때문에 힘들어해서 전화드렸어요."


"아 그 아이들은 제가 따끔하게 혼내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학생들이라 바로바로 행동교정을 하기가 어려운것 같아요. 그리고 J가 특수학급인것을 알리지 않는 상황이라 아이들 이해시키는것이 어렵습니다. 제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내내 계속 보고 있기가 어려워서 보호해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될때마다 내려가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

선생님도 그 괴롭히는 일진 아이들때문에 골머리가 썩는듯 하였다.


나는 특수학급이란 말에 발끈하였다.

"선생님 J가 특수학급이건 아니건 J가 괴로운 상황이고 이렇게 무리를 지어 괴롭히는데 스스로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인것 같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하던지 해야 할것 같아요."


"어머니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해도 바로 처분을 받아서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의 골이 심하게 남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


"그쪽 부모님은 이 상황을 알고 계실까요?"


"아니요, 사실 중학생아이들이 욕을 하고 길막을 하거나 서로 어깨를 치는 행위는 하루에도 몇번씩 정말 수도없이 일어나는데 그 부분을 일일이 부모님께 말하지 않죠."


"그럼 J는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 수 밖에 없나요? 아이는 매우 괴로워서 학교도 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어떤 누구에게는 일상적 부딛침이 다른 누구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는것 아닌가요?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안해야 맞죠."


"어머니 정말 오해하지 않고 들어주세요. J가 규칙을 어기거나 수업시간을 방해하거나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아요. 근데 J가 괴롭힘에 지나치게 반응하고 복도를 다닐때 혼자 중얼거리면서 특이하게 걷는 행위를 할때 아이들이 끊임없이 놀리는 대상이 됩니다. 물론  저도 볼때마다 그아이들을 혼을 내고 따로 불러서 상담도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가능하다면 J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고 특수학급 친구 인것을 말해도 될까요? 특수학급 친구를 괴롭히는 행위는 가중처벌이 수 있거든요."


역시 선생님과의 대화, 특히 긴 대화는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선생님의 말이 다 맞다해도 이해를 할 수 없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일까?

J를 그냥 냅두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친구가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건들지 말고 지들끼리 놀면 될일 아닌가?

그것이 특수학급이니 가중처벌이니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말을 들어쳐먹을 일인가?

중2병이라고 하면 다인가?


J도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본인을 괴짜라고 생각을 하지만 특수학급인것을 받아드리기 어려워 했다.

본인이 특수학급인것을 반아이들이 아는 것을 극도로 싫어 했다.

한 마디로 자기도 창피하다는 것이다.(정확하게는 쪽팔리다고 했다.)

경계성아이들의 딜레마와 우울증 및 품행장애가 여기서 부터 출발하는것 같다.

그런 J의 의견을 무시할 수 는 없는 일이라 J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J에게 담임과의 대화 내용을 이야기하며 설득 하는 데 애를 먹었다.

"아니 그 애들이 잘못하는 건데 왜 내가 특수학급인걸 말해야 되요!!"하며 억울해 하며 반대하였다.

'잘못은 그들이 하고 왜 내 약점을 까야 하느냐' 그말인것이다.

"J야 특수학급인것을 말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야 보호 받기 위해서야 ."

그래도 완강히 J는 본인이 한번 더 일진무리에게 강력하게 말해보겠노라고 했다.

J가 혼자 대처하는 것을 선택하였기에 괴로운 상황인것을 알았지만 시간을 더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마다 점심 시간마다 모기떼처럼 와서 괴롭히는 것이 더 괴로웠던 J는 이내 그 괴롭히는 애들한테만 특수학급인걸 말하는 것을 타협안으로 내놓았다.


6월!!

결국 터질 것이 터져버렸다.

중학생 여드름 고름마냥 터져 버렸다.




"둘째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다. 나는 막연히 무서웠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나는 사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그 뒷 스토리가 무엇일지 예상이 되었다.

혹시나는 역시나 였다.

평소 이은경작가의 책을 눈여겨 본 나는 왜 교사라는 철밥통 좋은 직업두고 작가의 길을 들어섰을까?

의하하게 생각을 했었다.

역시 사연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맥락의 사연이였다.


나 또한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게 되는 분명한 이유는 우리 J군이다.

긍정적으로 나의 동기부여의 가장 큰 원동력이며 나의 성장의 밑거름이다.


아무리 세상물정이 바뀌었다 하여,

아이인생은 아이인생이고 부모인생은 부모인생 이라지만

J가 속상하면 엄마는 속이 문들어지고

J가 억울하면 엄마는 속에서 천불이난다.

그리고

J가 학교폭력을 당하면 엄마의 모든 삶이 일시정시 된다.


이은경작가처럼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 위해 나는 나의 과도한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고자 취업을 선택했다.

아이의 성장에 나의 개입이 혹시나 자립심을 없애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였다.


그리고 장애인주간활동센터를 다니면서 순간순간 장애등급을 받은 이용인들과 J군을 비교했다.

그곳에서 가장 많이 느낀것은 성인이 되기전에 자립성과 인성교육이다.

아무리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이용인을 내보내려도 자립과 인성이 되지 않아 많은 장애인들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주간활동센터로 돌아와 수동적으로 생활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자립심을 키우고 싶었다.

그중 최고의 난간인 학교폭력에 스스로 대처하기의 문턱을 만난 것이다.


중1 아름다운 생활을 마무리하고 조금은 게으르고 평안한 길고긴 중학생 첫 겨울방학을 마무리했다.

중2 어마어마한 일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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