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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14. 2024

지렁이는 아니지만 밟으면 꿈틀 한다

너만의 6월의 항쟁

6월,,,

24년 6월은 나에게 매우 힘든 달이였다.

그리고 J에게도 매우 힘든 달이였다.


J는 쉬는 시간마다 점심시간마다 괴롭히는 걸 나름의 방법으로 피해보려고 노력했다. 


J는 일진무리를 피하고자 운동장 구석진 곳에서 개미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집요한 중2병 일진무리들은 J를 가만 두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그 일진무리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나 보다.


기어코 그 운동장 구석진 곳까지 따라가서 J를 괴롭혔다.

J는 생물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심지어 집에 들어온 바퀴벌레도 죽이지 못하게 했다.

그런 모습이 엄마인 나에게는 참으로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특한 아들이지만 중학생일진들에게는 놀림거리 일뿐이었다.

어린아이처럼 개미를 관찰하는 모습을 놀리고 싶고 조금 더 자극적으로 놀리고 싶은 것이다. 


"야 J가 개미를 좋아하나 봐, 어이쿠 벽돌이 떨어졌네!!"

"하지 마 개미들이 죽잖아!!"

비아냥대며 J의 말을 따라 했다고 한다.

일진들은 끊임없이 개미를 벽돌로 죽였다.

J가 그냥 무시하고 교실로 돌아가면 좋았으련만 J는 일진이 무섭다고 느끼질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모기처럼 귀찮게 느끼는 것 같았다.


결국 참지 못한 J는 일진들 손에 있던 벽돌을 빼앗아 던지려 하며 위협하였다.

다행히도 던지지는 않았고 위협만 하였다고 한다.


담임은 이 사건은 학폭으로 번질 수 도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

물론 가해자는 J란다.

일진 놈들의 가해는?

끊임없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괴롭히던 건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 멈췄기 때문이란다.

폭력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하지 마!! 괴롭다고!!" 의사표현을 하면 그 순간 폭력 아닌가?

그것도 여러 명이 에워싸며 비아냥되고 놀려도 다르니까 느리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갈 일인가?

더 글로리에서 나온 것처럼 신체적, 물리적, 금전적 위협이 있어야 꼭 학폭인가?


기가 막힌 나는 그럼 지금까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끊임없이 놀리고 힘들게 한 모든 상황을 학폭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긴 싸움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있었던 괴롭힘의 사건들을 날짜별로 일진아이들의 행동과 대화내용들을 적은 다이어리내용을 보내주었고 담임과의 상담내용도 요약하여 보내주었다.

이런 포인트에서 자꾸만 나는 이 구역의 미친년이 되고야 만다.


그제야 담임은 일진무리들 부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그동안 J를 괴롭혀 왔다는 점과 그리고 J가 특수학급인 친구인 점을 말하며 이번일을 학폭까지 가지 않는 것으로 통화를 하셨다고 한다.

그쪽 부모님도 학폭으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연신 강조하시며 말하셨다.

나도 이쯤에서 마무리했으면 하며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사건에 도대체 특수학급인 점을 왜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 담임의 생각의 다름을 일일이 따져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7년간의 학교생활로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저 담임이 학폭으로 사건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 절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이유야 어떻든 일진이 벽돌로 개미를 죽인 것은 중대한 사안이 아니고 그래서 J가 화가 나 벽돌로 일진을 위협한 것은 중대한 사안임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나는 담임과의 긴 대화는 아빠가 하기로 했다.

나는 특수학급 선생님과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수학급선생님은 장애이해교육을 반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를 원하셨다.

그것을 먼저 수반되어야 그 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가중처벌이 가능하시다고 했다.


하지만 J는 본인이 특수학급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반아이들이 아는 것을 창피해했다.

그리고 본인은 장애인이 아니고 그저 좀 괴짜인데 왜 그런 교육을 받아야 하냐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가 그지없다.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면 추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치관이 정립되어 가는 중인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J를 설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J야, 일진이 더 심하게 괴롭히지 못하도록 장애이해교육을 실행해야 한데. J는 아직 장애등급은 없지만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너의 다른 점을 반 아이들이 이해를 못 해서 괴롭혔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도록 미리 교육을 하는 거야. "

"내가 다른 게 왜 다른 애들을 이해시키고 교육시킬 일이야. 그럼 다른 애들도 다 해야지 모두 다 다른데.."

정말 J의 말이 맞다. 모두 다 다르다.

똑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 쌍둥이로 태어나도 각각 조금의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은 말할 것 없이 다른데 말이다.

J의 말에 나는 입을 좀처럼 열 수가 없었다.

"J의 말이 맞지만 일진애들이 괴롭히는 걸 멈추려면 지금은 학교에 시스템에 따를 수밖에 없어. J가 정 싫다면 너무나 싫다면 조금 더 지켜볼까?"

J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주말까지 고민하고 대답을 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시절 모든 질문에 "네" OR  "몰라요"로 대답하던 J는 없었다.

이렇게 본인의 상황을 진중하게 고민하고 심지어는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고민하다니...

"많이 컸구나" 싶었다.


나는 조바심이 났지만 J가 원하는 대로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주말까지도 가지 않고 또다시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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