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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16. 2024

되돌아간 특수학급

완전통합이지만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긴 싫다.

J는 1학기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그 정도는 남자학생이 J를 "나의 아기 고양이~"라며 징그럽게 부르면 J는 과하게 싫어했다.

그 모습이 재밌다고 느낀 무리들은 싫어하는 모습을 따라 하며 계속 따라 했다.

그런 J에게 담임은 그저 아이들이 장난치는 거니 무시하라는 말만 하셨다고 한다. 


특히 J는 체육시간에 많은 괴롭힘 받았다.

체육시간에 빠르게 뛰지 않는다는 점을 반아이들에게 J의 약점을 말하면 우리는 J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선동했다고 한다. 빨리 뛰지 않거나 바르게 서있지 않으면 여지없이 욕이 난무했다고 한다.

공놀이 수업이 있는 날이면 J에게 공을 던지고 실수라고 하며 깔깔거렸다고 한다.

J는 그것이 실수가 아님을 알아 사과하라고 요구하면 무시하거나 욕을 했다고 한다.

체육선생님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J의 대피공간인 운동장 개미굴까지 쫓아와 괴롭히던 일진무리들과 벽돌을 들고 실랑이를 벌인 사건으로 일진 무리들의 부모들도 그간 J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특수반 선생님의 권유로 J와 나는 장애이해교육을 받을까 말까를 두고 주말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날 체육시간,

일진무리대장은 부모에게 이런 사실들이 알려진 것이 못내 분했던 것 같다.

"18, 똑바로 서라고!!"

J는 서있을 때 몸을 흔드는 상동행동이 있다.

평소 같았으면 "알았어"하고 바로 행동을 고쳤겠지만 그동안 J도 감정이 쌓여왔던 터라 안 들리는 척 딴청을 부렸다. 


"야 이 개병신 장애인새끼야!!"

"뭐라고?"

"죽여버린다!!"


J는 깜짝 놀라 곧바로 특수학급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놀라서 뛰어온 J를 안심시키고 특수반선생님과 J는 반으로 내려가 욕한 일진대장 이름과 상황을 정리해 주셨다. 일진대장은 순순히 욕한 것을 인정했고 이유도 똑바로 서있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폐스펙트럼 특성상 J는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특수반 선생님께 꼭 바로 말하고 이름을 알아두라고 누누이 이야기했다.


일단 J가 많이 놀라 J와 일진대장을 격리시켰다고 한다.

J는 그날 수업이 끝날 때까지 특수학급에 있었다고 한다.

욕은 일진애들이 하고 격리는 왜 J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퇴근 후 상황을 듣고 학폭으로 바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어머니, 바로 학폭으로 신고하는 방향도 있지만 일단 장애이해교육을 반 전체에 하고 그리고 화해상담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장애이해교육과 학교자체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폭으로 연결하여 처분을 받게 할 수 있지만 가중처벌을 받게 하려면 장애이해교육 와 자체프로그램 선행이 우선되어야 가능해서요."

"가해 학생은 이미 담임선생님께서 J가 특수학급학생인 것을 말했다고 하던데요. 그럼 알고서 한 행동이니까 마찬가지 아닐까요? "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통보하듯 말하는 것과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고요 반 전체로 장애이해교육을 할 경우 반 분위기에도 조금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네 그럼 J와 상의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집으로 오니 J는 장애이해교육과 화해상담프로그램에 대해 특수반 선생님께 이미 설명을 들은 듯하였다.

" 엄마 전 한번 일진대장 놈이랑 대화를 하고 싶어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요."

"그럼 화해상담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거야?"

"네."

"J야 장애이해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거 같아. 엄마는 반 아이들이 J의 조금은 특별하게 다른 점을 이해하려면 그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 J가 일부러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닌데 가해학생이 계속적으로 욕을 하는 건 혹시 너 이런 점이 고의라고 생각해서 아닐까? 물론 그럼에도 욕을 하거나 위협하는 행동은 잘못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해야 할 것 같아."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이렇게 계속 괴롭힘을 받느니 다시 특수학급에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J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또한 따라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돌고 돌아서 J는 피난처인 특수학급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담임선생님은 J가 이 사건을 특수반선생님께만 말한 것을 알게 되었다.

특수반 선생님이 화해상담프로그램과 장애이해교육 시간을 조율하기 위해서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다. 담임은 J에게 왜 본인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않았냐고 나무랐다고 한다.


"선생님은 제 편이 아니세요. 한 번도 해결해 주신 적이 없잖아요. 그리고 제 말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고요. 항상 가해학생과 중재만 하시잖아요. 이제 선생님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


J는 항상 사무적이고 중재적 역할만 하던 담임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팩트폭격을 하는 J의 마음도 오죽했으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J는 결국 중2가 되고 담임도 반아이들도 본인 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씀처럼 어서 시간이 해결해 주 길 간절히 기도 할 뿐이었다.





몇 달 전 초등학교 4학년 남자학생들이 같은 반 여자학생을 성희롱,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말이 성희롱 성추행이지 성기를 만지고 자위를 시켰다고 한다.

당연히 학폭으로 신고되었고 알고 보니 그 여자학생은 특수학급 학생이었다.

가해 남학생들은 그 여자학생이 말을 못 하는 줄 알고 성추행, 성희롱을 했다고 한다.

특수학급 여학생은 그 일을 특수반 선생님께 말하고 학폭신고가 된 것이다.

여기서 기가 막힌 점은 가해학생부모들이 그 여학생이 특수반 학생인 것을 몰랐다. 장애이해교육을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꼬투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쓰레기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더 황당한 것은 반 전체 장애이해교육을 하지 않은 것이 참작되어 학폭처분을 낮게 받았다는 것이다.

골이 멍해지는 부분이다.


이 사건을 뉴스로 접했을 때 나는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이 나라, 사회, 교육이 변하기 전에 결국 피해는 약자의 몫이니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록 창피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고 해도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은 묵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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