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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17. 2024

학폭신고가 최선은 아니잖아

화해상담프로그램


학교엔 그런 말이 있다.

'학폭은 학폭을 낳는다.'


학교 자체에서 시행하는 화해상담프로그램은 학폭으로 가기 전 대화를 통해 원활하게 풀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다.


특히 중학생 남자학생들은 본인의 감정을 공격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호르몬이 시킨 대로 행동하여 학교폭력이 많이 나오는데 대화와 상황판단의 미숙함에서 오는 부분을 상담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상담실에는 가해학생, 피해학생, 상담선생님 이렇게 3명이 들어가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상담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하고 그 이야기를 상담선생님께서 정리하여 기록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상담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J를 괴롭힌 가해학생은 대화에 서투른 학생이라고 했다.

핑계일까? 진심일까?

의심부터 드는 건 내가 마음 아픈 일을 많이 겪어서일까?


처음에는 J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놀리면서 친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논리는 중학생들에게는 늘 일어나는 일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낮은 확률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J는 그런 방법을 원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일진무리들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그렇고 다시는 나에게 말도 걸지 말고 가까이 오지 않으면 좋겠어. 욕도 하지 말고 난 체육시간에 네가 나를 놀리는 것이 괴로워."


J의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힘은 아마도 필터 없이 말하는 성향 때문일것이다.


"J는 가해학생이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해도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거니?"


J의 확고한 대답에 상담선생님은 제차 물으셨다.

사실 '미안해' 사과하고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른들의 유토피아적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본인을 괴롭히는 상대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부분이었다.


"네 저는 저를 놀리고 욕하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상담선생님은 J가 본인의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는 것이 놀랐다고 하였다.

상담선생님은 가해학생에게 체육시간에 왜 그런 욕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저는 체육부장인데 J가 체육시간에 똑바로 서있지 않고 빨리 뛰지 않으니 저희 반만 뒤쳐지니게 너무 짜증 났어요. 그래서 욱하는 마음에 욕을 했어요."


상담선생님은 가해학생에게 진심으로 J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 있는 물어보았다.

J의 말에 의하면 짧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를 했다고 한다.


"J야, 체육부장인 00 학생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그래야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혹시 빨리 뛰기가 어렵다면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양해를 얻는 게 어떨까?"


J는 체육시간에 열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체육부장인 00의 말을 잘 들어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 부분을 서로 조심해 주기로 약속하고 각서를 썼다고 한다.


각서의 내용은 가해학생은 향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가중처벌되는 부분이 있고 J의 느린 부분은 선생님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약속하였다고 한다.

또한 J는 가해학생의 말을 존중해 주고 특히 체육시간에는 좀 더 집중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상담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가는데 가해 학생이 J를 불러 세웠다.


"J야. 미안하다. 아까는 말을 심하게 했다."

"어 그래"

그리고 아무 일 없이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온 J는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본인이 가해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상담선생님도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해주면서 가해학생이 옳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하나하나 설명하여 가해학생이 알아듣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다시 사과를 하여 본인은 진심이 느껴졌다고 한다.


J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특수반, 상담선생님과 다시 대화를 나눴다.

J와 00 학생은 무려 3시간 동안 상담을 했다고 한다.

서로 맺힌 것이 많았는지 그동안 서로 속상했던 일을 일일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J가 약자이고 피해를 본 학생이지만 체육부장인 00 이가 아마도 체육시간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J의 장애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떻게 배려하는 건지 모르면서 일어난 상황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애적 특성"


J와 내가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을 우리는 괴짜 좀 특이한 부분 T라 미숙한 아이 정도 생각했지만 '장애적 특성과 이해도'가  없는 중학생아이들에게 J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 사건 후 일진무리들은 더 이상 J를 건들지 않았다.

가끔 다른 무리들이 놀리기도 하지만 00이 나서서 "야 그냥 내버려둬!"말한다고 한다.


학폭이 최선이 아니기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괴짜'나 '다르다'는 말로 포장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주간활동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J는 일반적 장애인이라 말하긴 너무나 동 떨어져 인정이 안되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있을 땐 다름이 아닌 장애적 특성으로 보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의 저자 조졔프는 아스파거증후군으로 6살까지 말을 하지 못해 지적장애인으로 지냈다. 하지만 중학생때부터는 학급1등을 놓친적인 없고 우수한 성적으로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를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고대 문명에 심취하여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웠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해피엔딩인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천재적인 능력과 스펙을 두고도 조졔프는 일반적 일자리를 갖기가 어려웠다.

왜? 그만의 장애적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반적 회사자리는 거의 '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약물치료로 사회성을 치료하려고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를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조졔프는 장애인으로써 장애인의 특성과 이해가 수반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일자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장애적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느리게 하며 그것 때문에 불안을 갖고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장애적 특성은 본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저자의 일생을 책으로 만나며 조졔프의 장애적 특성이 J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권의 나라 파리에서 살던 조졔프 조차 청소년기엔 학교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 씁쓸하였다. 가끔 J가 처한 상황이 답답하여 이민을 생각해 본적도 있는데 나라가 바뀌어도 비슷한 상황을 보니 이민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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