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솔트 Oct 24. 2024

경계성아이의 중학교공부법

지필평가보다 더 어려운 수행평가

우리 동네는 비평준화로 고등학교를 성적순으로 가는 곳이다.

동네도 작아서 고등학교가 3곳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은 고로 근처 고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J는 특수학급에 속해 있지만 장애등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중3이 되면 특교자 테스트를 하여야 한다.  그렇다 경쟁자들 중 한 명이 J가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때 특교자 낙방을 한 경험이 있기에 중학교 때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성적순으로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동네가 아닌 곳 버스를 타고 최소 40분 이상 멀리 있는 고등학교를 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J의 공부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중학생의 공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암담하기만 했다.

그때 나에게 동네 귀인이 나타났으니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J와 같은 중학교를 보냈던 학부모이며 J의 교회선생님이시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마음을 나누던 친구이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J를 봐온 귀인은 나의 괴로운 상황을 듣고 J를 한번 가르쳐보고 싶다고 하였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보내준 희망의 동아줄이 내려주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청난 동아줄을 잡았다.


나의 귀인께서는 본인의 경험을 총동원하여 수행과 지필을 준비해 주셨다.

이 분이 없었다면 J의 수행과 지필은 아마 나락을 헤매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중학과정에는 수행평가가 많다. 

특히 J의 학교는 수행의 비중이 더 많았다.

모든 과목에 수행이 있고 그 수행의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했다.

심지어 남자아이들 특성상 꼼꼼함이 떨어져 수행평가에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가 좀처럼 어려웠다. 일단 과목별로 언제까지 수행을 준비하는 것을 체크하는 것부터가 큰 산이다.


수행평가의 준비는 이렇게 했다.

매일 수첩에 과목별로 어디까지 수업을 진행했는지 체크 후 선생님이 나눠주신 프린트물도 체크하였다.

J는 느린 학습자답게 시간 내에 프린트물의 필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교과서를 보고 다시 프린트물의 빈칸을 채워 넣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수업시간에 다 써오지 못하면 우리 귀인님과 프린트물을 쓰는 것에 시간을 꽤 많이 쏟아야 했다.

평일에 못할 경우 주말공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자 J는 비로소 학습지를 시간 내에 써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국어, 가정, 한문은 수업시간 내에 쓰기 시작하였다.

스스로 어려운 부분은 체크해서 귀인님 수업시간에 물어보기 시작했다.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J, 귀인님, 나' 이렇게 3단 콤보로 J의 수행은 반에서 중간을 유지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필평가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반복!! 반복해서 풀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족보클럽이라는 사이트에 가입을 하여 학교별 중간, 기말고사, 단원별 기출문제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고 유형별로 분류하여 풀어보고 중학교기말 시험대비를 우리는 한 달 동안 하였다. 



나는 집중력이 짧은 J를 위해 공부메이트가 되어 주었다.

시간을 체크하여 실제로 시험 보듯 OMR카드 기입까지 하며 연습하였다.

같은 장소에서 계속 공부하면 지루하고 텐션이 떨어져 오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였다. 

 

그 결과!!

J는 반에서 중간정도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였다.


"엄마 나 과학 72점이나 나왔어. 근데 반 평균이 56점이래."

"우와 J야 진짜!! 엄마 감동이다!!"

"엄마 나도 하면 되나 봐?!! "

"그럼 우리 J도 하면 되지 우리 진짜 열심히 공부했잖아 다른 친구들보다 10배는 열심히 했을 걸!!"

"맞아, 너무 오래 공부해서 힘들었어. 막 포기하고 싶었는데 옆에서 엄마가 같이 있어줘서 할 수 있었어."


마음도 예쁜 J는 이런 감동멘트로 내 눈에서 수도꼭지를 틀게 한다.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고이니 나를 꼭 안아주었다.

이러니 내가 너를 어떻게 포기할까?


남들보다 느리면 어떠하리,,,

함께할 너와 내가 있다!!


 



나는 느린 학습자에게 사실 중학과정을 가르쳐야 하나? 이런 의문이 있었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교과의 난이도가 높아져 J자체도 따라가는 것 어려웠고 나 조차도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느린 학습자는 말 그래도 느릴 뿐 아주 긴 시간을 두고 수업을 하거나 시험을 대비하면 고득점은 아닐지라도 평균정도의 점수를 낼 수 있다. 중학과정에서도 말이다.


J가 수행과자필을 일반아이들과 똑같이 준비하고 시험을 보면서 J는 스스로를 조금은 괜찮은 인간으로 인정하는 시간이 되었다. 수행과 자필을 통해 J는 시간 내에 과제를 해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터득한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중학교 시험준비를 하면서 초등과정만 가르치면 이젠 알아서 하게 두자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사실 이런 적극적 개입이 없다면 느린 학습자는 아마 학교를 다니는 내내 방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학생 때 수행과 자필을 따라가지 못하면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더욱 열외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수행과자필 성적이 특수학급인 점에도 높게 나와 담임과 같은 반 아이들은 수행 조별과제 시 J를 열외 시키지 않고 함께 진행하였다.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주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저 특수학급친구니 깍두기처럼 끼워주는 것은 사회성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아직 인성이 될 된 중2병 아이들에게 비아냥이나 빈정거림을 받을 뿐이다.

 

느린 학습자가 그나마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사회성과 자립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이다.

물론 학교엔 일진도 있고 못마땅한 선생님들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규칙이 있고 시스템이 있다.

특히 시험공부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꼭 겪는 공부이다.

그렇다면 시험공부라는 경험은 느린 학습자에게 왜 필요할까?

느린 학습자가 시험을 통해 얻는 것은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시간을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가기 위해서 이다. 해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적 성공을 통해 자신감,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 이다. 물론 공부 외 이미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학생이라면 공부 말고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또 있을까?


물론 공부와 시험이라는 산을 넘을 숨이 꼴까닥 넘어갈 것처럼 힘들긴 하다.

나는 시험준비기간을 한 달 정도 잡았다.

그 한 달은 주중 4시간 주말 8시간씩 공부했다.

나 또한 같이 앉아 글도 쓰고 그림책공부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J로 인해 나도 계속적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느린 학습자도 자존심이 있고 인격이 있다.

느리다고 타박하며 무섭게 몰아세운다면 긴장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 공부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러니 시간을 아주 더 많이 갖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을 설득하고 공부시간이 왜 이렇게 많이 드는 지도 이해시키며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이 숨이 꼴까닥 넘어갈 같은 순간이다.

딱 포기하고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시간이다.

어쩔 땐 현타가 오기도 한다.

이 나이에 주말에 8시간씩 앉아 있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이도 지치지 않도록 긍정적인 언어로 파이팅을 숨 쉬듯 불어넣어 주어야 하다.

왜냐하면 언어에는 힘이 있어 뇌를 지배한다.

뇌는 그 생각을 바탕으로 나를 행동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느린 학습자는 어차피 끌어올리면 올려지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전 06화 학폭신고가 최선은 아니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