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아시나요?
지금은 방영이 끝났지만 태계일주의 기안 84를 보면 마음속 깊이 응원을 하게 된다.
그 응원은 그저 기안 84의 팬으로서 응원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엄마의 마음으로써의 응원이다.
태계일주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생날것으로써 기안 84 그대로를 프로그램에 반영함으로써 기안 84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독특함이 개그코드가 되어 우리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해 주는 사람으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 혼자 산다에 기안 84가 처음 나올 때부터 특이한 부분이 너무나 나의 J와 비슷했다.
심한 눈 깜 밖거림, 불안증세, 강박증, 그림에 대한 몰입, 순진함, 자신만의 특이한 생활패턴, 이상한 고집이 그랬다. '아 기안 84는 경계선 아이였구나' 생각하였다.
나의 주변 경계성 아이를 가진 많은 부모들이 기안 84를 보며 대리만족을 얻고는 했다.
장애등급을 받지 않고도 저렇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잘 살아나가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아마 클 것이다. 한편으로 혼자 살게 하는 기안 84의 엄마를 만나 보고 싶기도 하다.
유퀴즈에 나온 기안 84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경계선 아이의 부모의 반응을 듣게 된다.
본인이 공부를 못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유재석은 본인도 공부를 못했지만 부모님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하시며 의아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비단 공부만 못했다면 부모가 풍비박산 나도록 싸울 일이 무엇이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기안 84는 경계선 아이였던 것 같다. 엄마도 아빠도 기안 84의 특이한 부분을 비단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도 진단명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84년생이었으니 자폐스펙트럼이란 말조차도 없었을 때였으니 말이다.
공부 못하는 것과는 다른 기안 84를 보니 장애는 아닌데 그렇다고 정상범주에서는 한없이 모자라 보였을 것이다. 그런 경우 부모는 싸우게 된다. 물론 힘을 합쳐 아이의 앞길을 위해 노력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주변 많은 어른들은 '다 어릴 때 늦된 애들이 나중에 잘 된다'는 식으로 넘어가길 바라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보면 기안 84는 정말 나중에 잘된 사례이긴 하다.
그렇지만 청소년기 경계선 아이들은 주변 못된 강자들 (한마디로 일진무리들)로부터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의 폭력을 겪게 된다. 기안 84의 웹툰 복학왕, 노병가를 보면 학교폭력, 군대폭력에 시달리는 모습을 반영한 스토리가 많다. 경계선 아이는 사회로부터 상처 입게 되고 상처 입은 아이의 원인을 찾다가 속상한 부모는 싸우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모호함에 지쳐간다. 그러다 보면 기안 84가 말한 풍비박산의 말로가 나는 집도 꽤나 많다.
나도 중2생활이 만만치 않았기에 우리는 보호의 기능으로 특수학급신청을 위해 다시 특교자 신청을 했다.
지적장애로는 도저히 지능점수가 높게 나와 불가능하여 학습장애로 다시 도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습장애로 테스트를 하던 임상심리사 선생님은 J를 CAS2자폐스펙트럼 검사를 권유하셨다.
그전에 J는 CAS1로 자폐증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는 정상범주로 나왔다.
사실 CAS2검사가 있는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검사는 아빠가 갔다.
항상 검사는 내가 따라갔는데 검사를 하고 나오면 우울해지는 마음을 이내 감출 수가 없었다.
유리멘털 엄마인 나는 이런 모습을 J가 눈치챌까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마침 나는 회사도 다니고 있던 차라 아빠가 따라가기로 했다.
"아버님, J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입니다."
"네? 그건 자폐증과 무슨 차이일까요?"
"자폐증이 있지만 기능은 높아서 아마 일반아이들과 굉장히 모호했을 거예요."
"그럼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요?"
"CAS2로 검사를 진행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CAS2의 검사결과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이라고 했다.
오잉? ASD 누구냐, 넌?
이건 또 뭘까? 그동안 나는 J를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장애라고만 생각했다.
그러기엔 점점 J의 지능이 높아져가서 어느 순간 경계선을 넘기게 되었다.
지능만 놓고 보면 정상범주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래도 저래도 일반아이들과는 다른 J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지능이 되니 느리지만 천천히 중학과정도 따라갈 수 있었던 같다.
그렇다고 또래 간의 사회성은 발현되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확연한 자폐증 때문인 듯하였다.
본인 스스로도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에 대한 노력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았다기보다 알지 못했다는 것에 가깝다.
자폐증인 경우 우리가 따로 교육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회적 통념들을 배우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친구의 이름을 외운다던지 친구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것 말이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부모 가이드 : 자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방법'
이라는 책을 보면 정말 J와 비슷한 어떤 경우는 J와 똑같은 경우도 많았다.
국내에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사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근래 들어 그런 범주를 마련한 듯했다.
나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스파거나 써번트증후군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범주로 따지자면 조금은 다르다. 말 그대로 고지능이 아니라 고기능이다.
기능으로 따지자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 지원, 사회시스템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내가 다녔던 장애인주간활동센터에서는 일자리사업도 같이 진행하였는데 사실 일자리로 온 장애인들의 대다수의 이용인들은 어릴 때부터 인지적 기능을 연습하여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능을 올린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제공인력인 사회복지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돌발상활에 대처해 주지 않는다면 일하는 것이 어렵다. 아무리 바리스타를 따서 커피를 만들 줄 알아도 모든 손님들이 다 장애인의 느림과 미숙함을 이해해 주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선생님들인데 일반인과 장애인 사이의 가교역할만 잘해 준다면 그 다리를 발판 삼아 충분히 일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계선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가교역할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에서 3-25%의 어린이가 나중에 진단 기준에 맞지 않게 되었고, 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술과 적응기술, 사회 기술이 정상 범위에 들어섰다고 보고했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부모 가이드 31p
이 부분을 읽을 땐 정말 꿈과 희망을 갖게 하였다. 낮은 퍼센트지만 그중 J가 포함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asd 성인의 삶 결과에 많은 글을 쓴 영국 심리사는 ads인 사람 가운데 일부는 성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지만, 그러한 성과는 개인의 성격과 능력뿐 아니라 도움을 주는 지원시스템 “부모, 개입 프로그램, 교육적 편의”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부모 가이드 32p
하지만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개인, 부모, 사회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시스템은 장애등급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받을 수 없다.
또한 장애부모도 아닌 경계선 부모의 모임은 찾아보기 더욱 어렵다.
그중 ASD는 더욱 찾기 어렵다.
막내 초등학교에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설문조사 가정통신문이 왔다.
국가적 지원교육이 시작되는 걸까? 막연히 기대를 해본다. 아직까지는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없다.
서울에는 국내 최초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밈센터가 개관되었다.
성인이 된 경계성지능인들은 장애등급이 없으니 마땅한 취업처가 없으니 성인이 되어 규칙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또한 그것이 인지적 퇴행으로 이어졌다.
미우나 고우나 학교라는 패턴이 있을 땐 시험도 있고 각종 행사로 인지적으로 자극이 있었으나 졸업과 동시에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밈센터는 국내 최초 경계성지능인 중고등학교의 졸업생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워낙 지원되는 곳이 없으니 밈센터를 들어가는 것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곳이다 보니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한정으로 한다.
서울로 이사 가지 않는 한 이곳 지원도 어렵다.
지능이든 자폐이든 경계선 장애를 가진 부모들은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 자체도 초등학교때와 다르게 청소년기가 되면 본인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수학급에 있는 진짜 장애등급이 있는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친구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이다. CAS2검사를 받고 J는 드디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J에서 있어서 장애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희망일까? 희망고문일까?
나 또한 양가감정에 다시 불안증이 올라온다.
사실 사회적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평생 루틴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근데 장애등급이 없는 상태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은 기안 84처럼 그저 그런 사람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문화가 좀 더 넓게 사회전반에 인식되면 혹시 J도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려 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