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조사를 해야 하는 조사관들.
심란하고 불안하고 억울한 감정을 갖고 남편과 함께 학교를 향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학교방문 사유를 쓰고 방문증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
사유를 쓰는 방명록에서 '조사관 면담'이라는 사유가 그날만 4건 정도 있었다.
아마 나만 겪는 슬픔은 아닌 듯하다.
학기를 마무리를 앞두고 더 이상 봉합 될 수 없는 관계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좁은 동네이기에 건너 건너 이야기를 들으면 사유를 아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그럼 점에서 나의 이야기도 어디서는 공유되고 화자 되고 있을 생각을 하면
속상하여 좀처럼 바깥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특수학급 선생님이 멀리서 우리를 알아보고 조사관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일이 진행되면서 담임은 정말 전화 한 통도 없고 학교에 왔을 때도 인사 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의 마음 같아서는 담임도 너무 싫고 원망스러워서 교육청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조사관은 앉자마자 주의 사항을 알려주듯 말을 시작했다.
" 50분간 진술서에 대한 확인을 합니다.
부모님은 마지막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니 학생이 말할 수 있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건에 연루된 학생이 많아 시간이 없으니 사실관계만 확인할 예정입니다. 협조부탁드립니다."
40분간 진술서에 대한 구체적이고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와 느낌 그때 진짜로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는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진술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묻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사관에 질문에 J는 차분히 잘 대답을 이어 갔다.
'장난 같은 소리 하고 있다' 그 말에 나는 부아가 치밀어 끼어들 참이었다.
차분하고 단호한 J의 표정을 보며 간신히 끼어들지 않고 참을 수가 있었다.
시계를 여러 번 체크하던 조사관은 아이의 진술서 확인이 끝났다며 5분간 부모님 참고진술을 하라고 하였다.
괴롭히고 힘든 시간에 비해 조촐한 시간배분이다.
우리 부부는 밤새 부모님 의견서를 써 내려갔다.
떨리는 마음에 혹여 이야기 못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동안의 괴롭혔던 사건요약과 학교에서의 대처들 그리고 아이의 심정과 우리의 심정까지.
한참 의견서를 읽고 있는데 조사관이 말을 끊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시간이 다 되어 써오신 사항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학부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서 요. " 조사관의 표정은 매우 사무적이고 지쳐있어 보였다.
아마 이런 일을 하루 종일 하고 있을 터였다.
우리는 급하게 말을 마무리 하고 부모님 의견서를 제출하고 나갔다.
나가는 길에는 가해학생 부모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해학생부모는 유치원 때부터 알던 동네 알던 언니였다.
나는 다른 곳을 보며 걸었고, 가해학생부모는 땅만 보고 걸었다.
J는 다시 수업을 하러 들어갔다.
나와 남편은 마음이 착잡하여 한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