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국립대부설특수학교/예비소집일

새로운 곳에서 시작

by 핑크솔트

산 넘고 물 건너 공주대를 가는 길


7월에 최종합격 통지를 받고 그 후로 처음으로 학교를 갈 일이 생겼다.

예비소집일이 잡힌 것이다.

교복 사이즈도 맞추고 2026년 학사일정 및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숙사와 학생들의 교실 및 여가활동실등을 둘러보는 시간이 잡혀 있었다.

면접을 보러 갈 때 처음 공주를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차를 2번 갈아타고 공주역에서 택시로 25분 거리였다.

멀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산 넘고 물 건너 공주 가는 길은 어찌나 고되었는지 모르겠다.

"엄마, 그때 나는 면접 보니까 공주시내 못 봤잖아요. 이번엔 꼭 둘러보고 싶어요."

면접을 보던 날 막내, J, 남편, 나 이렇게 내려갔었다.

공주를 내려간 김에 면접대기 시간이 길고 하니 막내랑 공주 시내 관광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면접을 보고 나온 J에게 막내가 얄밉게 엄마랑 공주시내 관광한 걸 자랑하였다.

그게 마음에 남았을까?

J는 자신도 예비소집일에 공주시내관광을 하기 원했다.


공주시내관광


사실 공주역에 내리면 주변에는 허허벌판이다.

아무것도 없다.

버스도 공주시내로 바로 가는 것이 없다.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한다.

공주시내까지는 택시비가 2만 6천이 나왔다.

거리상으로는 25분 거리인데 택시비가 엄청 나와서 놀랐다.

공주시내관광을 해야 해서 예비소집 2시보다 일찍 공주에 도착하였다.

오전에 도착한 공주는 아직 추웠다.

먼저 공주국립박물관을 들렀다.

2층으로 되어 있는 박물관은 30분 남짓 돌아보기 좋았다.

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에는 공주한옥마을이 있었다.

한옥마을은 예약을 하면 숙박도 가능한 것 같았다.

우리가 간 날은 평일이라서 한옥마을 전체를 대관한 것처럼 썰렁하였다.

J는 사람도 없고 길도 깨끗하다면서 한옥마을 이곳저곳을 다녔다.

"J, 야 엄청 썰렁하다. 사람도 없고"

"엄마, 꼭 일본 같아!"

"일본?"

"응, 일본으로 여행 온 것처럼 길이 깨끗해"

"그러게 길이 엄청 깨끗하네"

"근데 일본은 길이 깨끗하데?"

"어 엄마, 일본에 놀러 가게 된다면 길에 누워 있어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하더라고"

J는 깨끗한 것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은 일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조금 걷다 보면 바로 옆이 무령왕릉이 있었다.

오전에 관광 3코스를 쭉 둘러보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였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공주시내에서 학교까지는 15분 거리였다.

택시비가 또 만 오천이 나왔다.



학교 탐방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앉아 있었다.

제출서류를 내고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학생도 부모님도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표정들이다.

조금 있으니 학생주임선생님의 인사말씀으로 예비소집일 일정이 시작되었다.

교장 선생님의 인상이 좋으시다.

"아이들을 멀리 보내고 맡기신 만큼 아이들이 바르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선생님들을 믿어주세요." 딱 맞는 말씀이다. 이렇게 멀리 있는데 선생님을 믿지 않고 서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는 보육, 돌봄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성장, 교육하는 곳이입니다."

다른 말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이 말 만은 기억에 남는다.

과도한 서비스를 바라지 말라는 뜻!!

암요, 그래야죠. 나 스스로 마음을 다짐하였다.


설명회가 마친 후 우리는 학교를 간단히 탐방하였다.

먼저 기숙사를 보여 주었는데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하고 먼지 한 톨이 없었다.

심지어 아이들이 숙소를 사용 중에 있었다.

"선생님 아이들이 이렇게 깨끗하게 사용하고 정리도 스스로 하나요?"

나는 너무나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해서 물었다.

고등학생 남학생들이 이렇게 깨끗하게 방을 치우며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럼요, 생활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스스로 방정리하는 법도 배우고 분리수거하는 법도 배우고 정리정돈도 배우지요.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할 수 있어야잖아요."

그때 J는 특유의 무해한 필터링 없는 말투로 물었다.

"선생님 강압적으로 청소를 시키는 것 아닌가요? 여긴 우리 집보다 깨끗해요."

아 정말, 막을 새도 없이 J에게서 질문이 튀어나왔다.

근데 나도 너무 깨끗해서 물어보고 싶기도 한 질문이기 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는 그런 질문들을 J는 가감 없이 한다.

"이 정도는 정리정돈을 할 수 있고 자기 관리가 되어야 나중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거야. 강압은 없지만 규칙이니까 지켜야 하는 거지. 이런 것들도 다 교육의 한 부분이란다."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잘 설명해 주었다.

하긴 이런 질문을 하는 친구도 많으리라...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깨끗한 기숙사를 뒤로 하고 우리는 여가생활공간을 둘러보았다.

대명리조트 스위트 룸 같은 곳에서 아이들은 같이 닌텐도도 하고 보드게임도 함께 한다고 했다.

여가생활은 생활복지사님과 함께 반별로 진행한다고 했다.

J는 이제까지 또래친구들과 사귀고 함께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은 J의 사회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시설이 나도 와서 살고 싶을 정도로 으리으리하였다.

새삥 좋은 리조트 같은 시설이 충분히 공주라는 먼 곳을 온 보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J와 나는 정말 시설이 깨끗하고 좋다며 연신 "우~와~"를 남발하였다.

이렇게 고퀄리티의 학교에서 고퀄리티의 수업을 들으며 아이가 생활한다고 생가하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인노래방도 있어서 아이들끼리 노래방을 즐기거나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고 세탁방도 있어서 함께 세탁방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정말이지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하였다.

국립이라 이 모든 것이 무료였다.

삼시 세 끼도!

기숙사비용도!

학비, 방과 후 비, 여가활동비도!

현장학습비도!

학교에서 오송역으로 차량지원비도!

모두모두 무료이다.!!


역에서 집까지 오는 교통비만 내가 지불하면 된다.

그동안의 고생은 여기 학교를 오기까지의 여정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충격! 애니메이션을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J가 지원한 디지털문화과의 애니메이션 전공이 없어졌다.

J는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위해 왔는데 말이다. 헉!!

자세히 보니 애니메이션이 없어지고 디지털콘텐츠제작전공이 생긴 것이다.

J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이게 뭐예요? 왜 애니메이션 전공이 없어진 거죠?"

"나도 들은 게 없는데 이게 뭐지?"

분명 작년 커리큘럼엔 있었는데 그리고 서류접수 할 때만 해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도, 아이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담당 선생님께 물어보니 24년도 9월에 개교하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일단 교과목을 넣었는데 이제는 NCS 바탕으로 한 교육으로 전환하다 보니 그 수업이 없어졌다고 한다.

사실 그럴 거였다면 미리 말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J는 너무나도 실망과 좌절을 해 눈물을 흘렸다.

나도 너무 화도 나고 당황스러워서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지 난감하였다.


중요한 건 인격형성, 일할 수 있는 자조와 자립심


"사실 여기 학생들이 가장 중요한 건 인격입니다. 얼마나 사회에 나가서 규칙에 맞게 생활할 수 있는 능력과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 감정조절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을 배우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장애인주간활동센터에서 있으면서 느낀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학사일정이나 교과목의 변동은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하나보다도 규칙을 지키고 시키는 것을 완수하는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그리고 8시간을 일을 한다는 것은 꽤 인내심과 자기 조절능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전에 일하던 센터에서 꽤 좋은 정규직 일자리에서 나온 이용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8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을 계속적으로 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이것은 아마도 훈련도 필요하거니와 아마 발달장애인에 대한 알맞은 멘털관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한 개인의 부모가 감당하긴 너무나 어렵고 또한 아이 혼자 헤쳐나가는 것도 무리이다.

여기서 J가 이 부분을 잘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