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디지털 시대, 미국 기축통화 전략의 최전선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AI,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by 정관영

"남아메리카 어느 나라의 수도, 자국의 화폐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어가는 것을 매일 아침 뉴스로 확인하는 한 젊은 개발자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해외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용역 대금이 자국 은행 계좌가 아닌, 미국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USDC)으로 디지털 지갑에 들어온 것이다. 같은 시각, 이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는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화폐 발행을 줄여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의 통화 정책이라는 배의 키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나,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그 규칙을 코드(code)로 집행하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게 넘어갔다. 중앙은행은 유령처럼 남았고, 국경 없는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이 나라의 통화 주권은 소리 없이 증발한다."




이것은 어느 한 개발도상국의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 기축통화 지위를 둘러싼 미래 화폐전쟁의 보이지 않는 최전선이며, 국가의 운명이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금융 제국을 지배하는 것은 단순히 달러의 힘만이 아니다. 그것은 블록체인 위를 흐르는 모든 거래를 감시하고, 규칙을 집행하며, 불복종하는 자를 네트워크에서 추방하는 AI 알고리즘의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AI라는 증폭기가 화폐라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적 신뢰 시스템과 결합할 때 과연 어떤 지정학적 변화가 촉발될까? 법은 이 새로운 권력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달러 스테이블코인 ― 통화 패권을 잇기 위한 고도의 지정학적 전략


1. 탈(脫) 달러 흐름에 맞서는 미국의 신(新) 금융 무기


인류의 역사는 패권국의 몰락이 기축통화의 붕괴와 함께 왔음을 증명한다. 로마 제국의 데나리우스 은화부터 대영제국의 파운드화까지, 통화의 신뢰가 흔들릴 때 패권의 기반도 무너졌다. 그런데 오늘날 이런 역사가 또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명실상부한 일극 체제의 중심인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걱정스러운 얘기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원인은 미국의 재정 적자다. 미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로 국채 이자가 국방 예산을 초과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했으며,¹ 이는 패권국이 저무는 불길한 징후로 해석된다. 미국 스스로도 이 역사적 패턴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고 달러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미국 국채로 담보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무기다. 이는 ‘서클(Circle, 미국 P2P 결제업체)’과 같은 미국 기업이 발행하고 미 은행 시스템에 준비금을 예치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에 미국 중심의 ‘디지털 달러 존’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미국은 이 전략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100%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하고, 발행자의 지불불능 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를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호²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³의 입법을 완료하는 등으로 민간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에 국가적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궁극적인 의도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 세계, 특히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Digital Dollarization)을 가속화하는 것이다.⁴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의 국민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국가는 통화 주권을 상실하고 미국의 통화 정책에 종속된다. 이는 미국의 막대한 부채 부담을 전 세계에 전가하고 달러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효과를 낳으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를 타개하는 수단이 된다. 즉,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의 외피를 쓴 신(新) 금융제국주의의 첨병이자, 타국의 통화 주권을 침식하여 자국의 패권을 연장시키려는 ‘약탈적 금융 도구’인 셈이다.


한편, 이에 맞서는 도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 블록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금융 제재가 자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임을 인지하고, 달러와 SWIFT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탈(脫) 달러를 공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브릭스 브릿지(BRICS Bridge)’로 불리는 대안적 국제 결제 시스템의 구축이다.⁶ 이는 회원국의 중앙은행들이 직접 국가 간 지급결제 처리를 맡아, 달러를 거치지 않고 각자의 통화나 공동의 새로운 통화 단위를 사용하여 직거래할 수 있는 다자간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움직임은 미국의 금융 무기화를 무력화시키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만들려는 명백한 지정학적 의도를 담고 있다.


‘브릭스 브릿지’의 잠재력은 이 구상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막대한 경제적 규모와 자원 보유량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등 주요 산유국까지 합류한 이들의 연대가 만약 석유 결제 대금을 달러가 아닌 공동 결제 시스템으로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달러 패권의 근간인 ‘페트로 달러’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회원국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 현실적인 난관도 존재하지만, 미국의 금융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들의 결속력과 대안 시스템 구축 의지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2. 미국 재무부의 보이지 않는 손과 AI의 역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달러의 힘은 이제 미국 재무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영토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손을 실시간으로 움직이게 하는 두뇌가 바로 AI다. AI는 블록체인 위를 흐르는 막대한 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탐지함으로써 특정 행위자를 네트워크에서 고립시키는 ‘지능형 감시 시스템’의 역할을 수행한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같은 AI 기반 레그테크(RegTech) 기업들은 수십억 개의 블록체인 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제재 대상과 연관된 자금 흐름을 거미줄처럼 추적하고,⁷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의 제재가 블록체인 위에서 외과수술처럼 정밀하게 집행되도록 돕는다.


AI는 이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미국의 금융 제재를 집행하는 ‘대리인’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우선 AI는 시장 수요와 거시 경제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포트폴리오(현금, 미국 국채 등)를 최적으로 관리하고, 디페깅(가치 고정 실패)이나 대규모 인출 사태 같은 시스템 위기를 선제적으로 방지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1달러의 가치를 담보하는 준비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만 성립하기에, AI의 이러한 위험 관리 능력은 디지털 달러 존의 가장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이다.


동시에 AI는 미국의 금융 규제를 집행하는 ‘자동화된 감시자’로서 기능한다. AI 솔루션은 블록체인 위에서 이루어지는 수십억 개의 거래를 24시간 모니터링하여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등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을 실시간으로 식별한다. 여러 주소를 거치며 자금의 출처를 숨기려는 복잡한 거래망을 추적하고, 과거 제재 대상과 유사한 유형의 거래를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AI의 감시 능력은 미국의 금융 제재를 ‘실시간 탐지, 즉각적 집행’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술적으로 이 과정은 ‘오라클’이라는 중개자⁸를 통해 OFAC의 제재 명단(SDN 목록)⁹이 블록체인에 전달되면서 시작된다. AI가 제재 대상과 연관된 의심스러운 패턴을 발견하는 즉시 스테이블코인의 스마트 계약에 내장된 동결(freezing) 또는 차단(blocking) 기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수 초 내에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는 며칠이 걸리던 기존의 사후적·인적 기반 제재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을 자랑하며, 금융 제재를 ‘사후 적발’에서 ‘실시간 차단’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혁신적인 변화다.¹⁰


한편, 미국의 전략에 대항하여 중국과 브릭스가 구상하는 대안 결제 시스템 역시 AI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들 또한 자신들의 금융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목적이 다를 뿐이다. 브릭스 브릿지의 감시 시스템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AI는 미국의 감시망을 우회하는 거래 패턴을 설계하거나 네트워크 내부의 위협을 식별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양 진영 모두 AI를 활용하여 각자의 금융 영토를 지키고 확장하는,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군비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결국 AI 기반의 금융 제재는 법(Law)을 전쟁(Warfare)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법률전쟁(Lawfare)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코드(Code)’의 어원이 라틴어 ‘코덱스(Codex, 법전)’에서 비롯되었듯,¹¹ 이제 미국의 OFAC 규정은 컴퓨터 코드(스마트 계약)를 통해 전 세계의 디지털 자산 흐름을 통제하는 실질적인 국제 규범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이는 주권, 관할권, 사법적 판단이라는 전통적인 법의 원리들이 AI 기술의 힘 앞에서 어떻게 재편성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3.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명암 ― ‘혁신 촉매’의 꿈과 ‘수요 부재’의 현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지정학적 흐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근 뜨거운 화두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은 이 질문에 대한 대한민국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인프라를 혁신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공의 관건은 ‘명확한 용처 확보’와 ‘사용자 유인’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 특히 경제학이 아닌 ‘지정학’적 관점에서 화폐를 분석하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장밋빛보다는 안갯속에 가깝다. 이하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기본적인 기조(원화 스테이블코인 긍정론)를 출발점으로 삼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비관론의 근거를 검토하여 그 성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가. 긍정론 - ‘혁신 촉매’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긍정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제시하는 추진론의 핵심은 달러 등과의 대외 경쟁이 아닌 ‘대내 혁신’에 있다. 긍정론자들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세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유로화 스테이블코인마저 고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정면 대결은 무의미를 넘어 무모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것을 안 하면 달러에 의해 국가 통화주권을 잠탈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 시장을 혁신시킬 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 그 자체의 성공보다 이를 준비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파생될 기술적·제도적 혁신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긍정론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대 효과로 첫째 “국내 결제 인프라의 재편”(소액 송금, 지역화폐, 포인트, 교통카드 등 파편화된 결제 수단을 ‘디지털 원화’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아 새로운 금융 사용자 경험(UX)을 창출), 둘째 “K-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결제 채널”(게임, 웹툰, 음악 등 K-콘텐츠를 소비하는 해외 팬들이 신용카드 없이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여는 것), 셋째 “디지털 시대의 통화 주권”(달러 스테이블코인에 국내 디지털 경제가 종속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 등을 든다.


문제는 위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이 영화 《꿈의 구장》의 명대사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와서 관심을 가질 것인가?”¹²라는 ‘용처 확보’의 문제라는 데 있다. 긍정론자들의 시각은 이 ‘용처’를 국내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K-콘텐츠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나. 비관론 - 넘어야 할 4개의 거대한 산


이번엔 비관론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험준하다고 지적한다. 크게 보면 아래 4가지로 요약된다.


• 첫 번째 산 - ‘달러’라는 거대한 중력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기술이 아닌 ‘기반 화폐’의 힘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정학 분석가들이 꾸준히 지적하듯이, 전세계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달러’이기 때문이지 특정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나 결제 통화가 아니다. 내수 시장을 벗어나는 순간, 해외 사용자가 굳이 환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사용할 유인이 전혀 없다. 일부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하는 ‘K-콘텐츠 결제’ 역시 해외 팬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나 달러로 결제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려면 ‘자국 통화 → 거래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 → 결제’라는 불필요한 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는 오히려 결제의 허들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유로화의 교훈도 살펴봐야 한다. 유로화는 원화보다 훨씬 강력한 기축통화임에도 불구하고 유로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금융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가 승자독식 구조를 얼마나 공고히 하는지를 보여준다.


• 두 번째 산 ― ‘킬러 앱’의 부재와 국내 시장의 현실

긍정론자들이 제시하는 ‘국내 결제 인프라 혁신’이라는 용처는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하며 편리한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는 물론, 각종 페이(pay) 서비스와 은행 앱을 통해 우리는 24시간 수수료 없이 즉시 이체가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 소비자가 기존의 편리한 시스템을 버리고 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결제 수단을 배워서 사용해야 할 강력한 동기가 없다.


• 세 번째 산 ― ‘금융 안정성’이라는 딜레마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만에 하나 성공하여 널리 쓰이게 되면 이는 역설적으로 국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은행 등 금융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원화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가치 안정성을 상실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할 수 있고, 발행기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 인출이나 국채 매도를 단행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¹³ 실제로 2023년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당시 서클(Circle)을 포함한 수천 개의 회사는 수십억 개의 SVB 예금에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패닉을 일으켰고, ‘서클’이 발행한 USDC 가치는 한때 81.5센트까지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¹⁴ 이후 미 정부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회복됐지만 이 사건은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이 드러난 사건으로 꼽힌다.

두 번째 딜레마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중앙은행은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여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경기를 조절하는데, 만약 거대한 규모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서 유통된다면 기준금리 조정 등 전통적인 통화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 네 번째 산 ― ‘지속 불가능한 수익 모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민간기업이다. 즉, 수익이 나야 지속 가능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발행사가 예치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언급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먼저 금융 당국은 안정성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을 국채나 중앙은행 예치금 등 극도로 안전한 자산으로만 보유하도록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자산의 수익률은 매우 낮아 발행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다. 설령 환전이나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려해도 여러 발행사가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 수수료는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안전 자산 위주로 지속 가능한 수준의 수익을 내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원화 스테이블의 수요 부재’의 문제로 인해 국내용 스테이블코인이 유의미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단,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높은 자본금, 최고 수준의 보안, 신뢰도를 갖춘 소수의 대형 금융기관이나 빅테크 기업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독과점적인 발행권을 부여하고 관치 하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관리 하에 놓인 소수의 발행사가 블록체인 특유의 개방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추구할 동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극도로 높은 시장 진입 장벽 안에서 형성된 과점 시장은 필연적으로 ‘혁신 없는 디지털화’라는 역설을 불러일으킨다.


다. 종합 평가 및 결론 - 이상의 벽이 높은 도전, 그러나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몇 가지 길 중의 하나


일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혁신 촉매’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금융 인프라 혁신과 통화 주권 상실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긍정론자들이 제시하는 혁신 촉매의 해법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 보인다. 앞에서 본 4개의 거대한 산은 한두 개의 기업이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넘기 어렵다. 성공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각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시도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에 우려를 표하는 EU, 일본, 동남아 국가 등과 연대하여 ‘디지털 통화 동맹’을 구축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정책실장이 언급하기도 한 ‘디지털 방코르’¹⁵는 과거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주장했던 초국가적 기축통화 ‘방코르’ 구상¹⁶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시 구현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 방코르’ 개념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CBDC나 스테이블코인 간의 교환 및 결제 시스템 표준을 함께 만들어 달러 없는 디지털 무역 지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항한다기보다, 미국과 딜을 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포커 카드 패의 성격일 것이다.¹⁷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제언 ― 디지털 방파제와 통행증


어쩌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현실적인 방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독자 노선을 고집하기보다, 세계 표준이 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잘 활용하고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가 되는 것일 수 있다. 달러 동맹은 단순히 결제 동맹이 아니다.¹⁸ 그것의 함의는 ‘금융·안보·공급망·에너지·운송’의 동맹이자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추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체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핀테크 및 금융 서비스를 육성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도 있다.¹⁹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통화주권을 넋 놓고 포기할 수도 없다. 미국과 협력함과 동시에, 우리의 통화주권을 지키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주권을 지키며 협력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달러의 흐름을 우리의 규칙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교한 설계의 문제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제 인프라를 갖춘 국가의 경우 그 전략의 출발점은 외부의 위협을 막기 이전에 내부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결제의 불편함이 거의 없는 지금,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AI 기반의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사용자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결제 보안’과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여 굳이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견고한 ‘디지털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이는 디지털 달러의 국내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전략이다.


이러한 방파제를 쌓은 뒤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원화와 교환되는 ‘관문(On/Off-Ramp)’을 철저히 통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세계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 기본법인 유럽연합(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법이다.²⁰ MiCA는 EU라는 거대한 단일 시장에 진입하려는 모든 크립토자산 서비스 제공자(Crypto Asset Service Provider, CASP)에게 일종의 ‘디지털 통행증’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27개 회원국 중 한 곳에서라도 라이선스를 받으면 EU 전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EU가 정한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²¹ 여기에는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EU 내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보관할 의무,²² 해킹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 내부자 거래 및 시장 조작 행위 금지 등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포함된다.


한편으로 보면 이것은 MiCA가 제공하는 큰 유인책이기도 하다. MiCA가 규정한 단일 면허(Single License) 제도는 한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받으면 27개 EU 회원국 전체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바, 이는 모든 기업에게 매력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²³ 바로 이 라이선스를 받은 CASP들로 하여금 규제 집행의 최전선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MiCA 법의 요체다. MiCA의 단속 전략은 생태계 전체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이 현금화되거나 다른 서비스와 연결되는 핵심 ‘관문(Gateway)’을 철저히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²⁴


나아가 MiCA는 간접적으로 은행을 포함한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CASP들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생태계의 길목을 차단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려면 결국 유로화와 같은 법정화폐와의 교환이 필수적인데(즉, 이들은 반드시 EU 내 은행 시스템에 접근해야만 함), 만약 소규모 CASP가 MiCA 라이선스 없이 영업한다면 어떤 EU 은행도 그들의 법인 계좌를 열어주거나 거래를 중개해주지 않을 것이므로 해당 CASP의 자금줄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이고(‘금융 고립’), 결국 EU 시장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MiCA의 단속은 모든 P2P 거래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① CASP(거래소, 지갑서비스 업체 등)라는 관문(Gateway)을 통제하고, ②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직접 무력화하며, ③ CASP와 은행 시스템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금융의 고립’이라는 다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개인 지갑의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존중하면서도, 음성적인 사용자가 결국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서비스에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길목을 지킴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매우 정교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규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다크웹 등에서 활동하는 순수한 지하 경제는 막을 수 없겠지만, 합법적인 금융 시장에 발을 붙이려는 소규모 플레이어들은 효과적으로 규제의 영향권 아래에 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MiCA의 본질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통해 국경 없는 디지털 자산을 EU의 법적·제도적 영토 안으로 끌어들여 ‘통제 가능한 지급수단’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우리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한국형 MiCA’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외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명확한 라이선스 요건을 부과하고, 준비금의 일부를 반드시 국내 수탁기관에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 금융 당국이 국민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동시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 룰’을 넘어 OFAC 제재 목록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기술적 요건을 라이선스에 내재화하는 노력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미국의 고도의 지정학적 전략에 맞서 수동적인 규칙 수용자(Rule Taker)가 아닌 능동적인 규범 설계자(Rule Maker)가 되어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곧 미국의 패권 공고화로 직결되는 흐름을, 우리의 정교한 정책과 인프라 설계로 바꿀 수 있다. 디지털 달러 시대에 편의성은 취하되 통화 주권은 지켜내는 슬기로운 항해술을 펼쳐보자.




¹ 곽재민, 「연이자가 국방예산보다 많다…美정부 부채 '경제 뇌관' 우려」, 중앙일보, 2024. 9. 3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1043 (최종 방문일 : 2025. 9. 6.)

²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지침 및 설립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제10조 제(c)항 제(3)호 CUSTOMER PRIORITY.

³ 미국에서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지침 및 설립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이다.

⁴ 김정식, 「스테이블 코인의 화폐 발행 도전…통화주권 약화 우려」, 중앙일보, 2025. 7. 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2926 (최종 방문일 : 2025. 9. 6.)

⁵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영문 줄임말로, 1973년 벨기에에서 출범하였다. 금융기관 간에 안전하게 금융 거래와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전산망이자 국제 결제 시스템이다.

⁶ 서울경제, 「[만파식적] 브릭스 브리지」, 2024. 10. 27., https://www.sedaily.com/NewsView/2DFQE0CBV0 (최종 방문일 : 2025. 9. 6.)

⁷ 길민권, 「[인터뷰]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지사장 “한국서 기술력으로 12배 성장…가상자산 해킹 더욱 늘어날 전망”」, 데일리시큐, 2024. 12. 9., https://www.dailysecu.com/news/articleView.html?idxno=161954 (최종 방문일 : 2025. 9. 6.)

⁸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 위의 ‘스마트 계약’이 블록체인 내부의 정보만 알 수 있고, 마치 외부와 차단되어 블록체인 밖의 정보(예: 날씨, 주가, 경기 결과 등)는 알 수 없음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문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일 서울에 비가 오면 A가 B에게 1이더(ETH)를 보낸다”는 스마트 계약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스마트 계약은 “내일 진짜 서울에 비가 왔는지 내가 어떻게 알지?”라는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가 스마트 계약에게 ‘비가 왔는지 여부’를 알려줘야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알려주는 정보가 진짜인지 또는 조작된 것은 아닌지를 어떻게 신뢰하느냐다. 만약 거짓 정보가 스마트 계약에 제공될 수 있다면 계약은 엉망이 될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인 ‘탈중앙화’와 ‘신뢰성’이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순간 깨질 수 있는 딜레마가 오라클 문제의 핵심이다.

⁹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관리하는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자 목록(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List)'을 말한다. SDN 목록에 등재된 개인, 단체, 국가는 미국 소재 자산에의 접근이 차단되고, 등재자의 이름과 명칭은 미국과 여러 외국의 은행에서 사용하는 자동화된 심사 시스템에 추가되어, 계좌를 개설하거나 보유하거나, 자금을 이체하거나, 국제적으로 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한 SDN 목록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에 테러, 마약 밀매 또는 무단 군사적 사용과 관련된 지원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Wikipedia, 「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List」, https://en.wikipedia.org/wiki/Specially_Designated_Nationals_and_Blocked_Persons_List (최종 방문일 : 2025. 9. 6.)

¹⁰ 참고로 미국 제5연방항소법원은 2024. 11. 26. 토네이도캐시 이용자 6명(원고)이 ‘OFAC가 이더리움 기반 토네이도캐시(Tornado Cash)를 SDN 목록에 포함된 것은 OFAC의 법적 권한을 초과한 것으로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인용하고 사건을 1심 법원인 텍사스연방서부지법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의 핵심은 OFAC이 토네이도 캐시의 변경 불가능한 스마트 계약(immutable smart contracts) 자체를 법률[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의 제재 대상인 ‘법인(entity)’ 또는 ‘재산(property)’으로 지정한 행위가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한 데 있다. 법원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해석하면서 ‘재산’이란 본질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되고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방식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블록체인에 의해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DAO) 등 전통적인 법의 잣대로는 그 실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대상에 대해 기존의 제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판결이 미국 재무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명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손이 작동하는 방식이 더 정교해져야 함을 보여준다. 법원이 ‘코드’ 자체를 제재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행위자’를 특정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AI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제 단순히 ‘의심스러운 거래’를 찾는 것을 넘어, 복잡한 익명화 기술의 장막 뒤에 숨어있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지갑 주소를 식별해내는 훨씬 더 고도화된 사이버 포렌식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Van Loon v. Dept. of the Treasury, No. 23-50669 (5th Cir. Nov. 26, 2024) 판결 참조.

¹¹ 코드(code)는 라틴어 코덱스(codex)에서 유래한 것으로, 법률 규정의 체계적인 집합을 지칭한다. Ed Walters 대표 편집, 『데이터가 지배하는 법』, 김대홍 외 8 譯, 박영사, 2021, 152쪽.

¹² 필 얼든 라빈슨 감독,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1989년 작. “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이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¹³ 한국은행,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 2025년 4월, 65쪽.

¹⁴ 공인호, 「써클, 'SVB 사태'에 곤혹…USDC 파트너 은행 추가」, 포춘코리아, 2023. 3. 13.,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10 (최종 방문일 : 2025. 9. 6.)

¹⁵ 신혜선, 「[인터뷰] 김용범 전 차관 "새 국제통화를 제안한다"」, 피렌체의 식탁, 2025. 5. 30., https://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78 (최종 방문일 : 2025. 9. 6.)

¹⁶ 케인스는 가칭 방코르(Bancor)라는 세계 공통 단위의 통화를 만들어, 각 국가가 서로의 흑자와 적자를 조정하고, 어느 한 국가가 국제수지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류동민, 『청소년을 위한 케인스의 일반이론』, 두리미디어, 2011년, 39-42쪽 참조.

¹⁷ ‘디지털 방코르’의 진정한 가치는 실현 그 자체보다 ‘추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연대하려는 움직임만으로도 미국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 되며, 향후 디지털 금융 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동의 표준을 만드는 등 거버넌스 구축 과정에서 막대한 외교적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¹⁸ 세계 표준이 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흐름에 가장 먼저 올라타 파도를 지배하자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한국의 발달된 IT 인프라와 빠른 규제 수립 능력을 활용해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규와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전략은 금융 혁신의 주도권이 달러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의 역할이 혁신가가 아닌 최고의 ‘조력자’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그리고 싱가포르, 스위스, 두바이 등 이미 많은 국가가 가상자산 허브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차별화된 전략과 압도적인 속도가 필요하다.

¹⁹ 가령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있는 부산은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송금, 결제, 증권 토큰(STO) 거래 등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2025. 9. 22. 현재 국회 계류 중)을 통해 부산을 북극항로의 허브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전략과도 절묘하게 맞물릴 수 있다고 본다.

²⁰ 다음의 링크를 통해 EU MiCA(암호자산시장 등에 관한 규정) 원문과 완역본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법제정보센터, 《암호자산시장 등에 관한 규정(Regulation (EU) 2023/1114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31 May 2023 on markets in crypto-assets, and amending Regulations (EU) No 1093/2010 and (EU) No 1095/2010 and Directives 2013/36/EU and (EU) 2019/1937)》, https://world.moleg.go.kr/web/wli/lgslInfoReadPage.do?CTS_SEQ=50979&AST_SEQ=93 (최종 방문일 : 2025.9. 21.)

²¹ 예를 들어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EU 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MiCA 규정에 따라 EU 회원국 정부로부터 CASP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EU 회원국에 등록된 사무소를 가져야 한다. 신경희, 「EU의 가상자산시장(MiCA) 법안의 주요 내용」,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2-18호, 2022. 9. 5., 4-5쪽.

²²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그 가치에 대해 일정한 자산으로 담보하고, 자산을 예치해야 한다. EU MiCA 제36조 내지 제40조 참조.

²³ 신경희, 앞의 보고서, 4-5쪽.

²⁴ 관련하여 고객확인 의무(Know Your Customer, KYC)와 트래블 룰(Travel Rule, 가상자산 거래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가상자산사업자끼리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이 중요하다. 사용자가 거래소 지갑에서 개인 지갑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가상자산을 옮길 때, 거래소는 해당 개인 지갑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정보를 기록 및 전송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익명성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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