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반복될 수 있다
30대 초반 첫 번째 이혼은 아이도 없었고 이제 시간도 많이 흘러서 오랜 연인과 헤어진 정도의 무게로 느껴진다.
법원서 확정된 합의이혼 서류를 구청에 신고하러 갔었는데 이혼절차가 끝나 표정이 좋아 보였는지 어쩠는지 구청 직원이 둘 간 분위기를 보고는 "혼인신고 하러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내가 합의 이혼 신고하러 왔다고 하니깐 어쩔 줄 몰라하며 바쁘게 일처리를 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혼 사유는 둘 사이에 외도라든지 하는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남아 있지도 않았으므로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가 이혼의 이유라고 기억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반복된 유산과 원래 예민했던 성격이 더욱 심해지면서
둘 사이에 금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걸 감싸주지 못했던 나의 문제
법적으로 이혼하는 날과 물리적으로 이혼하는 날이 보통은 차이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날이 더 늦었다.
내 기억에 짐을 싸서 둘이 살던 아파트를 떠나오던 날
나의 짐을 1톤 용달차에 싣고 마지막 짐을 가지고 나가면서 해던 말이 기억난다.
"(넌 이제 가정주부면서) 내 아침 왜 안 챙겨줬어?"
아직도 그 순간에 내가 그 말을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아침에 집착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아마도 결혼생활 중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게 서운해서였을까.
그 어린애 같은 말이 그녀와 얼굴 보고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녀가 재혼을 했다면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말 때문에
새로운 사람의 아침은 강박적으로 챙겨 주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혼자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이사하고 첫 번째 이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이런 일은 다시는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난 잠시 넘어진 것뿐이야 라며 위안했었는데,
맙소사 그땐 몰랐지 내 인생에 두 번째 이혼이 기다리고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