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연 님, 들어오세요.
교통사고로 CT와 전신 X-RAY를 찍은 뒤였다.
엄마는 괜찮다고, 이마의 찢어진 흉터만 수술했고
이 과정은 원치 않으셨다.
그때도 이상했고, 지금도 이상하다.
내가 아는 엄마는 평소에 몸 관리를 정말 잘했다.
운동이면 운동,
조금만 아픈 부위가 있어도 병원 가서 검사받고
꾸준히 치료받는 부지런함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는
말려도 “찍어보자”고 하셨을 분인데
설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의사는 들어온 엄마와 나를 보지도 않은 채
컴퓨터 속 엄마 뇌만 보며 말했다.
“유서연 님…”
그리고는 말을 잇지 않은 채,
공백이 길어졌다.
“어머님은 잠깐 나가 계시고, 아드님은 남아 계세요.”
그때부터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온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기분이었다.
무언가가 불어와 스치기라도 하면 쓰러질 것 같았다.
다리는 점점 얇아졌고,
서 있을 힘이 있을까 싶었다.
지구의 중력이 나한테만 무거워진 듯한 그 순간
저 말과 동시에 0.1초 만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온 신경을 ‘듣기’로 모았다.
귀가 커진다는 말이 진짜란 걸 알게 됐다.
“어머님이 세게 부딪히셨네요.
여기에 뇌출혈이 보여요.
정확히는, 뼈 때문에 가려져 있어 판단하기 어렵지만
대학병원 가서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병원은 제가 알아봐서 잡아볼게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네. 어떻게든 부탁드립니다.”
너무 나약해진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와 엄마에게 설명드렸다.
엄마는 생각보다 놀라지 않으셨고,
막둥이는 놀랐으며,
친절한 의사 선생님 덕분에
우리 셋은 대학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결과는, 다행히 뇌출혈이 아니었다.
아직 다음 주 한 번 더 촬영을 해야 하지만
지금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시간.
그러니까, 나 혼자 중력이 무거워진 4시간 동안
세상은 다른 모습이었다.
신께 간절히 부탁했고
죽음은 아니지만,
나이 들어감을 체험한 기분이다.
나는 태어나 지금까지
항상 ‘미래’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인생 별거 없어”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부모와 40년을 같이 지냈다면
나머지 40년은,
헤어질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 매 순간이
소중히 다가오는 게 아니겠는가.
헤어질 준비도 잘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께 그렇게 빌었다.
(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