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가정의 좋은 점

by 라애파파

부모님이 자영업이라서 좋은 점은

일하는 모습을 의도한 것 없이

객관적으로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부모님의 일터를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거다.


추상적이지 않아서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빠 무슨 일 하셔?”라는 질문에

정확히 모르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나는 부모님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아는 입장이었다.

이 시간에는 이걸 하시겠구나 하는

구체적인 것까지


그래서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는 게 좋았다.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오픈된 형식의 현장을 보고 자란

부모와 자식은 거짓이 없다.


일하는 것에 어떤 형용사도 끼어 있지 않은 일.

매일매일 성적표가 나오는 숫자를 보며

“오늘도 고생하셨네”,

“이번 달은 힘드네”

자식은 눈치가 늘어난다.


좋은 눈치다.


부모님은 내게

영어라든지, 수학이라든지

문제집을 같이 풀어 주진 않았지만

세상의 감각, 즉 센스들을 같이 풀어 주었다.


세상은 이런 거지.

어른은 이런 거지.


자식은 30평 가게에서

부모님께 세상을 배운다.


어릴 적, 한 번씩 가게 일을 도운 적이 있다.

부모님들은

이 힘든 걸 어떻게 하는 거지?

물어봤다.


아빠는 말한다.

하나도 안 힘들다고.


나는 눈치가 빨라서

금방 알아차렸다.

슬픔을 감추는 사람의 눈이

더 슬프다는 걸.


자영업자의 자식은

추상적인 순간이 이렇게 온다.


이렇듯 자영업자 가족은

많은 걸 공유하는 사이다.


그래서 자영업하시는 가족의 유대감은

내가 보기엔

더 진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부모가 되니 드는 생각인데

그 당시 부모님은 참 힘들었겠다.

자식들 앞에서

얼마나 약한 모습을

안 들키려고 했을까.


근데 그건 모른다.

자식들은

그것도 다 봤다는 걸.


우린 그때부터

어른들 세계의 기술,

모른 척하는 법을 배웠다.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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