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은 여자를 웃게 하는 재주가 있다

by 라애파파

콩나물짠지를 오랜만에 해 먹었다

어릴 적, 나는 콩나물짠지를 무척 좋아했다


엄마가 해주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우리 집은 아빠가 요리를 하신다)

가장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저렇게 말하면 서운해하신다

아마도 저 위에 써진 '몇 안 되는'이라는 단어가

맘에 안 들어서일 거다


사실, 콩나물짠지는 우리 집에서만 부르는 이름이고

일반적으로는 콩나물 돼지볶음이다


이렇게 집에서만 부르는 이름이 몇 개 있다

적반(전), 무짠지(무조림) 등

전라북도가 고향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광주에 사는 아이들은

어릴 적 친구 집에 가서야

‘아, 이거 우리 집만 부르는 이름이구나’라고

속으로 말했었다


저렇게 미국 문화보다

가족문화가 더 영향이 있었던 시기

나는 콩나물짠지를 무척 좋아했다


엄마에게

"오늘 콩나물짠지 해줘. 콩나물 진짜 많이 넣어서"

라고 하면, 엄마는 웃으시며 해줬다


요즘 엄마를 생각하면

웃지 않았던 것도 같지만,

기억이란 거는 원래 조작이 심한 법이니

내버려 두자


그렇게 엄마가 웃어서

나도 좋았던 시절

미국 문화보다 가족문화가 더 영향 있었던 시절

나는 콩나물짠지를 좋아했다


20살쯤 만나던 여자애가

"너는 무슨 음식 좋아해?"라길래

귀찮은 듯, "콩나물."이라고 했다


그 여자는

"아니, 음식 말이야. 음식!"

이라고 다시 질문했고

나는 더 귀찮은 듯

"콩나물"이라 했다


그 여자는 지쳤는지

"왜?"란다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냥이라고 할 뻔했지만

"만만해서"라는 엉뚱한 말을 했었다


그 여자애는 크게 웃으며

"뭐야, 이유가 너 같다"라며 웃었다

역시 콩나물은

여자를 웃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콩나물 잡념을 하고 있을 때

"다 됐어. 밥 먹어!"

라며 아내를 부른다


아내는 연신 웃으며

진짜 맛있어 한다


나는 속으로

'거봐 콩나물은 여자를 웃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배 속의 라애도(딸)

미국 문화보다 가족문화가 영향 있을 시기에

콩나물로 행복하게 해줘야지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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