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그날,
연습을 하러 가지 않았다면.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오전 연습이 아니라,
오후였다면.
평소 연습하지 않던 105호가 아니라,
106호였다면.
작년에 결과가 좋았더라면,
그날 연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평소 학교 애들을 무용수로 쓰던 선배가
그때 하필 객원 무용수를 학교로 불렀기 때문이다.
아니다.
공연하기로 한 남자 객원 무용수가
공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남자 객원 무용수가 공연 불가 통보를 하자,
옆에 있던 나에게
가볍게 권유한 선배의 가벼움 때문이다.
아니다.
그 가벼운 권유가
작품도 가벼울 거라는 걸
안 내가,
해 보지도 않은 한국무용 공연을
여자 객원 무용수 하나 보고
하겠다고 해서다.
그때의 결정이,
이렇게 무거운 결정일 줄은 몰랐다.
예전 연애 시절
다운이가 나에게 물었다.
“나, 얼만큼 사랑해?”
나는 대답했다.
“음... 훗날 우리가 지독하게 헤어지더라도,
만약 2017년 겨울,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래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할 거야.”
다운이가 말했다.
“뭔 소리야.
그래서 나 얼만큼 사랑하냐고!”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