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이면 서울의 거리는 한적해진다.
그동안 모두 어디서 이렇게 왔는지.
이걸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살아온 곳을 떠나
서울에 와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각자 얼마나 많은 포부를 가지고 왔는지.
포부는 작아졌는지, 커졌는지, 이루었는지.
한계를 경험했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저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유년기를 보낸 곳으로 가
서울에서의 무용담을 이야기하고는,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양손에 이미 검증된 음식을 한 보따리 들고
다시 전쟁터로 보내는 부모님을 뒤로한 채
올라온다.
가족들은 내 이야기 보따리를 받고
음식을 내주었다.
기차를 기다리며 손에 쥔 김치를 보고 있자니
김치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잘하라고, 힘들면 언제든 내려오라고.
그때의 나는
손에 쥔 김치를 안고,
정확히는 내려놓고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
이야기 보따리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분명히 있고,
듣는 이도 차마 묻지 못하는 말이
분명히 있기에.
못다 한 말은
그저 양손의 음식이 말해주기에.
자랑할 것은 음식뿐인 것 같아서,
자랑이 되고 싶어 서울로 올라온 이들이
없는 텅 빈 서울을 보면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