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다운이랑 라애랑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일어나서 밥 먹고 걷고, 저녁이 되면 다시 자는...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산타는 언젠가부터 내게는 오지 않는다.
뭐 바라지도 않지만, 어쩔 때는 왔으면 한다.
정말 간혹 말이다. 울지 않았으니 자격이 있으니 말이다.
라애에게 선물을 줬다. 산타가 줬다고 했다.
산타라는 사람은 원래 날로 먹는다.
입버릇처럼 라애에게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라고 했다.
말하고 나서 36년 만에 처음으로
‘저 문장 좀 이상한데?’라는 의문이 들었다.
‘라애야, 울고 싶을 땐 펑펑 울어. 다 쏟아내. 참지 말고.
산타라는 놈은 원래 날로 먹어.’
라고 말하고 싶은 걸, 10년은 더 참아야 된다니
아빠는 어마어마하게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걸 또 배웠다.
장난감 자동차 선물을 받고(주고) 조립해서 집 앞에
자칭 키즈카페를 갔다.
‘방방’이라고 라애가 자주 뛰는 건데,
어느새 뛰는 모습이 달라졌다.
그냥 막 높게만 뛰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느낌이 생겼달까.
아마 지구상에 라애랑 똑같이 방방이 뛰는 20개월은
없다고 자부한다.
라애가 이제 라애 색깔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빠~” 하고 달려오는 웃는 모습이 달라졌다.
양쪽 입꼬리와 눈웃음이 더 커졌고,
표정은 너무 자연스럽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다.
아빠에게 달려오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는다.
난 로또가 당첨돼도 이젠 못 지을 표정이다.
멸종된 공룡을 본 것만 같은 표정이다.
라애는 진짜 행복해한다.
행복한 라애가 눈에 보인다.
라애를 사랑하는 내 모습도 꽉꽉 눌러 담아
라애에게 보냈으니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다.